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의 ‘썩은 사과’
최 인사처장, ‘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 기고글 논란
SNS 사과 후 국회 가선 “기억 안나” … 진정성 의심
피해자 변호인 “공직자라면 국가기관 결정 존중해야”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의 과거 발언들이 잇따라 조명되며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인사검증 기준을 폄하하며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을 평가절하하는가 하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기고글로 또 논란에 휩싸였다. 공직자 인사 정책 수장에 걸맞는 도덕성 기준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 처장은 22일 SNS를 통해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관련 기고글에 대해 사과했다. 최 처장은 “언론에서 제기된 사안과 관련하여 과거 제 글로 상처받은 피해자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고위 공직자로서 언행에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최 처장은 2020년 7월 ‘박원순 사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다. 여기서 최 처장은 “(박 전 시장은) 치사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이지 깨끗한 사람”이라며 “내 눈에는 직감적으로 이 사안이 ‘기획된 사건’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박원순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박원순을 성범죄자로 몰아갔다”며 “여성단체들이 부화뇌동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도 썼다.
최 처장은 기고글이 논란이 되자 22일 국회 출석 전 SNS에 사과글을 올렸지만 곧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최 처장은 같은 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박원순 전 시장 문제 관련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한 적 있느냐”고 묻자, 최 처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신문에 났기 때문에 직원들이 알려줘서 사과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당시 피해자의 변호를 맡았던 김재련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썩은 사과’ 사진을 올리며 최 처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최 처장의 기고글이 논란이 된 후 “고 박원순 시장이 공무원인 피해자에게 수년 간에 걸쳐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은 국가인권위, 서울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등 사법기관을 포함한 여러 국가기관을 통해 거듭 확인됐다”면서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라면 헌법상의 국가기관인 사법부,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에선 안 그래도 이진숙·강선우 장관 후보자 논란으로 이미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또다른 논란거리들이 잇따라 제기되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저서나 기고글같은 건 검증 중에서도 기초적인 것인데 놓쳤어도 문제, 안 놓쳤어도 문제점을 못 느꼈다는 게 또 문제”라면서 “정권 초라 순하게 지나갈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 이런 식이면 오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