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의 ‘썩은 사과’

2025-07-23 13:00:11 게재

최 인사처장, ‘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 기고글 논란

SNS 사과 후 국회 가선 “기억 안나” … 진정성 의심

피해자 변호인 “공직자라면 국가기관 결정 존중해야”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의 과거 발언들이 잇따라 조명되며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인사검증 기준을 폄하하며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을 평가절하하는가 하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당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기고글로 또 논란에 휩싸였다. 공직자 인사 정책 수장에 걸맞는 도덕성 기준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 처장은 22일 SNS를 통해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관련 기고글에 대해 사과했다. 최 처장은 “언론에서 제기된 사안과 관련하여 과거 제 글로 상처받은 피해자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고위 공직자로서 언행에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최 처장은 2020년 7월 ‘박원순 사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다. 여기서 최 처장은 “(박 전 시장은) 치사한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이지 깨끗한 사람”이라며 “내 눈에는 직감적으로 이 사안이 ‘기획된 사건’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박원순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박원순을 성범죄자로 몰아갔다”며 “여성단체들이 부화뇌동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도 썼다.

최 처장은 기고글이 논란이 되자 22일 국회 출석 전 SNS에 사과글을 올렸지만 곧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최 처장은 같은 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박원순 전 시장 문제 관련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한 적 있느냐”고 묻자, 최 처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신문에 났기 때문에 직원들이 알려줘서 사과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당시 피해자의 변호를 맡았던 김재련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썩은 사과’ 사진을 올리며 최 처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최 처장의 기고글이 논란이 된 후 “고 박원순 시장이 공무원인 피해자에게 수년 간에 걸쳐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은 국가인권위, 서울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등 사법기관을 포함한 여러 국가기관을 통해 거듭 확인됐다”면서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라면 헌법상의 국가기관인 사법부,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에선 안 그래도 이진숙·강선우 장관 후보자 논란으로 이미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또다른 논란거리들이 잇따라 제기되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저서나 기고글같은 건 검증 중에서도 기초적인 것인데 놓쳤어도 문제, 안 놓쳤어도 문제점을 못 느꼈다는 게 또 문제”라면서 “정권 초라 순하게 지나갈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 이런 식이면 오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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