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 등 밀반입, 지난해 2배 급증
박성훈 의원, 관세청 자료 분석 … 인천 사제 총기 사고 후 시민 불안 커져
지난해 국내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총기·화약·도검류 등이 3만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국내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이른바 ‘직구’가 확산되면서 증가세가 지속됐다.
23일 관세청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관세청이 적발한 무기류 등 사회안전 위해 물품은 2만9210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만4757점이었던 2022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총기·실탄 그리고 칼날 길이가 15㎝ 이상인 도검류 등은 특정 기관·단체가 관계당국의 허가를 받아 예외적으로 수입할 수 있다. 사실상 개인이 국내로 반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불법무기를 제조·판매·소지한 사실이 적발되면 총포화약법에 따라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적발 품목 중 타정총이 4358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엔 전년(2252점)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4월까지 5472점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적발량을 넘어섰다.
타정총은 건설 현장에서 못 등을 박는 데 사용하는데 일반적인 타정총과 화약 폭발을 동력으로 하는 화약식 타정총이 있다. 발사 방식이 일반 살상용 총과 같은 화약식 타정총은 총포화약법에 따라 수입·소지할 경우 관할 경찰청의 별도 허가가 필요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약식 타정총은 해외직구가 확산된 2022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밀반입이 증가했다.
총기와 총기 부품도 각각 21점, 12점 적발됐다. 밀반입된 실탄류 357점도 덜미를 잡혔다. 도검류는 3213점이 적발돼 타정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 21일 60대 남성이 사제 총기로 아들을 쏴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총기 관리 사각지대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남성의 주거지에서는 타이머가 작동 중인 사제 폭발물도 발견됐다. 지난 5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를 노린 테러 위협 제보가 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불법 총포류 관련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그 결과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국내법으로 규제가 쉽지 않아 관세법·총포화약법상 수입 금지된 화약식 타정총·조류퇴치용총·석궁 등 물품도 제한 없이 구매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입 제한 규정은 없지만 사제총기 제작·격발 및 부품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는 물품도 다수 확인됐다.
실제로 국정원은 관계기관과 함께 쇼핑몰에서 실제 구매한 물품으로 타정총과 사제총기를 개조·제작해 합동 발사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화약식 타정총 1종과 사제총기 3종 등 총 4종의 샘플을 인체 피부와 유사한 젤라틴 과녁에 발사해 ‘관통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모두 ‘인명 살상’ 등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여행자, 화물, 이사짐, 우편, 특송물품 등 반입경로가 다양해지고 있어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밀반입된 물품이 적지 않을 것이란 대목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마약 판매상을 하던 40대 영주권자가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마약과 권총, 실탄 등을 이삿짐으로 위장해 국내로 반입하려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23년 A씨를 특가법상 향정,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미국에서 필로폰과 콜트45구경 권총 1정, 실탄 50발, 모의 권총 6정을 이삿짐에 숨겨 선박편으로 보내 부산항으로 들여왔다 적발됐다. A씨는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일하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가 확보한 첩보를 토대로 미국 DEA(마약단속국)와 공조해 정보를 파악한 뒤 A씨의 신원과 미국 내 행적 등을 확보해 그를 긴급체포했다.
박성훈 의원은 “사제 총기를 이용한 사망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총기·도검 등 위해물품의 밀반입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불법 무기류와 관련해 전방위 점검과 유통 차단·처벌 등 실효적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은 인천 송도 사제총기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8월로 앞당겨 확대 운영한다.
자진신고 기간은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다. 매년 9월 한 달간 운영해온 신고 기간을 두 달로 늘려 사제총기를 적극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고는 본인 또는 대리인이 가까운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나 신고소를 운영하는 군부대에 직접 방문해 불법무기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간 내에 자진신고하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면제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