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과실로 저당권 상실 “지자체 배상”
권리관계 확인 없이 자동차 신규 등록
대법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손해 발생”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말소된 자동차의 저당권 소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과실) 신규등록(부활등록)을 해준 경우 해당 지자체가 저당권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오케이저축은행이 과천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저당권 상실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자동차대여업체 A사에 3차례에 걸쳐 총 2억5000만원을 대출해주고 담보로 A사 소유의 자동차 3대에 저당권을 설정했다. 또한 22대에 대해선 법원의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
문제는 A사가 폐업을 하면서 발생했다. 폐업으로 자동차대여사업 면허가 취소되면서 회사 소유 차량에 대한 등록이 직권으로 말소됐다.
이후 2019년 B씨가 A사로부터 자동차를 넘겨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과천시에 각 차량을 새로 등록하려 했다. 담당 공무원은 각 차량에 대해 오케이저축은행이 설정한 권리관계가 해소됐다는 확인 없이 등록을 마쳤다.
오케이저축은행은 “공무원의 과실로 자동차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담보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과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동차 등록이 말소됐을 당시 이미 강제집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해 이후 공무원 과실로 오케이저축은행이 주장하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담당 공무원이 자동차의 권리관계가 해소됐다는 서류를 제출받아 확인해야 하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저당권이 상실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자동차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법령의 규정에 따라 말소 등록 당시 이해관계인에 대한 권리관계가 소멸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등록신청인으로부터 제출받아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직무상 위반 행위와 저당권 상실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담당 공무원의 과실로 인해 성명불상자의 신청에 따른 제3자 명의의 자동차 등록이 이뤄져 원고는 저당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며 “지방자치단체인 피고는 소속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과실로 법령을 위반함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가압류에 대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자동차 등록이 적법하게 직권으로 말소된 경우 가압류는 효력이 소멸되고, 자동차의 차체에 가압류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해당 자동차가 신규등록 등의 사유로 가압류 채무자의 재산에서 이탈되었더라도 가압류 채권자는 그로 인해 어떠한 손해를 새로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