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9인 재판관 체제’ 완성된다

2025-07-23 13:00:17 게재

국회, 김상환·오영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진보성향 재판관 우위 … 재판 속도 낼듯

국회가 김상환(사법연수원 20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오영준(연수원 23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서 헌재가 석 달 만에 ‘9인 재판관 체제’로 복귀한다.

23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전날 김상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22일 오영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장과 달리 국회 동의절차가 필요없어 이르면 오늘 중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자가 정식 임명되면 헌재는 지난 4월 18일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전 재판관 퇴임 이후 석달 만에 9인 재판관 체제가 완성되는 셈이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17일 이종석 헌재소장이 이영진·김기영 재판관과 함께 퇴임하며 두 달 넘게 6인 체제를 이어오다 올해 1월 1일 조한창·정계선 재판관 취임으로 8인 체제로 운영됐다.

마은혁 재판관이 4월 9일 취임했으나 문 전 대행과 이 전 재판관 퇴임까지 약 열흘 동안만 9인 체제가 유지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안정적인 9인 체제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현 재판관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 김형두 재판관(현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2029년 3월까지여서 두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헌재는 앞으로 약 4년간 동일한 재판관 구성이 유지될 예정이다.

헌재는 7인 체제에서는 결정을 내리기 다소 부담스러웠던 중요 사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상환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강국(사시 8회) 전 헌법재판소장(2007년 1월~2013년 1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6년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12년 만에 6년 임기의 헌재소장이 오게 되면서 당분간 안정적으로 헌재가 운영되리란 내부 기대감도 나온다.

그동안 박한철(13기), 이진성(10기), 유남석(13기), 이종석(15기) 전 소장들은 재판관 임기 도중 소장에 임명돼 임기 종료와 함께 소장직을 마쳤다.

김 후보자는 김명수(15기)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약 3년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맡아 역대 최장 기간 사법행정을 이끈 바 있다.

오 후보자는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을 포함해 9년간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사법행정과 법리에 정통한 두 법관 출신이 헌재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법조와 정치권은 헌재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의 ‘이념 지형’도 바뀔 전망이다.

김 헌재소장 후보자는 진보, 오 재판관 후보자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현 재판관들 중에는 마은혁·정계선 재판관이 진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형두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중도, 정정미 재판관과 김복형 재판관은 각각 중도진보와 중도보수 성향으로 평가된다.

김 후보자와 오 후보자를 각각 진보, 중도 성향으로 분류하면 진보 3, 보수 2, 중도 4 구도가 되는 셈이다. 정 재판관과 김복형 재판관의 진보적 색채와 보수적 색채에 명확한 강조점을 두고 본다면 진보 4, 보수 3, 중도 2 구도가 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도입과 헌법 개정 등 논의에서 헌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의 위헌성 여부를 헌재가 헌법소원 심판을 통해 심사한다는 것이다.

김상환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재판소원의 장단점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도입한다면 국회 입법보다는 헌법 개정을 통해 하는 것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과는 다소 온도 차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21일 인사청문회에서 “개헌을 통해 도입하는 게 선명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분명 존재한다”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소원이 4심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실질적으로 4심제로 작동되는 부정적인 면도 장점과 함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결국 국민과 국회가 평가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앞서 오 후보자는 19일 인사청문회에서 “사법권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이 충실히 보장받지 못하는 공백이 발생할 여지가 존재한다”며 재판소원 도입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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