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못 둥지섬 ‘가마우지’ 퇴출
황폐화 주범 긴급대책 마련
독수리모형 달고 나무 심어
민물가마우지가 집단 서식하면서 황폐화됐던 수성못 둥지섬의 생태계가 완전 복원되고 있다.
23일 대구시 수성구에 따르면 가마우지 퇴치와 생태복원에 나선 지 1년여만에 둥지섬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20년대 인공호수가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던 둥지섬은 연간 200만명 이상이 찾는 수성못 동편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이 곳은 민물가마우지를 비롯 백로 왜가리 등 철새들의 쉼터였으나 지난 2020년부터 민물가마우지가 텃새처럼 집단 서식하면서 수목이 고사하는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민물 가마우지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둥지섬에 낮에는 50여 마리 정도가 머물렀으나 밤에는 400여 마리가 모여들었다. 수백마리의 가마우지가 쏟아낸 산성이 강한 배설물은 나무를 죽였고 둥지섬의 토양과 호수의 수질을 오염시켰다.
둥지섬이 황폐화될 위기에 봉착하자 수성구청은 긴급조치에 착수했다. 수성구는 2022년 소방헬기를 동원해 배설물로 오염된 수목을 세척하는 한편, 조류기피제와 초음파 퇴치기 등을 설치해 가마우지를 쫓아내려 했으나 효과가 보지 못했다.
수성구는 지난해부터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환경부의 관리지침을 근거로 5개년 계획까지 세워 가마우지 퇴출작전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천적인 독수리 모형 40개를 설치하자 가마우지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번식기 전인 지난해 2월 900여만원을 들여 설치한 독수리 모양의 연이 효과를 낸 것.
지난해 2000여만원을 들여 수목 1188그루도 심었다. 이어 위험수목을 제거하고 가지치기도 병행했다. 둥지섬 관리자 2명도 배치했다.
현재 둥지섬은 점차 생태 균형을 회복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고사될 위기의 수목도 생기를 찾았다. 섬 환경에 맞게 새롭게 심은 나무들은 자리를 잡아 숲을 형성하고 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둥지섬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둥지섬이 단순한 인공섬이 아닌 도심 속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공간이 되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