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폭염까지 덮쳤다 … 여름철 밥상물가 초비상

2025-07-23 13:00:27 게재

배추 44%, 시금치 120%, 수박 35% 가격 올라

여의도 100배 논밭 침수, 가축 178만마리 폐사

여름 ‘밥상물가’가 위기다.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집중호우로 여의도 면적의 100배가 넘는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닭·오리· 돼지 등 가축만 178만마리 넘게 폐사했다. 폭우 뒤 다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집중호우 뒤 폭염이 이어지면 과수 작황부진과 병충해 증가 등 추가피해가 불가피하다. 수박·시금치 등 농작물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폭염 뒤 추석명절로 이어지면서 밥상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2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달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생산자물가가 소폭 상승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77(2020년 수준 100)로, 전월보다 0.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0.2%)과 5월(-0.4%) 연달아 내렸다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배추(31.1%), 돼지고기(9.5%), 달걀(4.4%), 위탁매매 수수료(10.8%) 등이 크게 올랐다. 연합뉴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농작물 침수 피해는 총 2만9111㏊(헥타르)로 집계됐다. 여의도 면적(290㏊)의 100배가 넘고 축구장 4만여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벼 피해가 2만5167㏊㏊로 전체의 87% 이상을 차지했다. 벼는 전체 재배면적의 3.7%가 피해를 입었다. 논콩(2108㏊), 고추(344㏊), 딸기(162㏊), 멜론(145㏊), 대파(132㏊), 수박(132㏊), 포도(105㏊) 등도 큰 피해를 입었다.

가축 피해도 심각하다. 닭이 148만 마리로 가장 많고 오리(15만1000마리), 돼지(775마리), 한우(588마리), 젖소(149마리) 등 다수 축종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농작물 대부분이 이미 이른 폭염으로 가격이 오른 상태다. 수박이 대표적이다. 한국농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수박 한통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3만1374원으로 전년 대비 26.3% 올랐다. 멜론도 한 통에 9970원으로 1년 전보다 15.8% 높다. 깻잎은 100g당 2071원으로 평년 대비 19.8% 높은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폭우에 이어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 더 문제다. 농작물 병충해 등으로 작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채소류 역시 침수피해 외에도 폭우로 인한 일조량 감소, 작업 지연 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배추는 한 달 전보다 약 1.5배 비싸졌다. 지난해에는 폭염과 장마가 9월까지 이어지면서 배춧값이 급등해 ‘김치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밥상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이상기후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내 물가 상승분의 10%는 이상기후가 원인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 연간 농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10.4% 올랐다. 축산물 물가도 0.7% 올랐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주요 부처와 합동으로 물가 상황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물가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자꾸 오른다”며 “물가 관리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임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수해와 폭염으로 인한 가격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생활물가 안정이 국민 체감과 직결되는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