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본과 무역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예고했던 25%의 상호관세를 12.5%로 인하키로 했다. 여기에 기존 2.5% 기본관세가 더해져 최종 자동차 관세율은 15%로 확정됐다. 일본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는 동시에 미국에 5500억달러(약 760조원)를 투자키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일본과의 대규모 무역합의를 방금 마무리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협상 중 가장 크고 중요한 거래”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미국과 공동으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양국 간 전략적 경제협력도 언급했다. 백악관 행사에서 그는 “일본의 대미 투자 중 90%의 수익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며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동차 관세 조정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일본에 대해 24%의 상호관세를 예고했고, 7월 초에는 이를 25%로 상향한 공식 서한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일본의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 수용에 따라 최종적으로 15% 관세안으로 절충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부과한 25%의 관세를 절반인 12.5%로 낮추고, 원래 존재하던 2.5% 관세를 포함해 15%에 최종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이번 협상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22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담한 직후 타결됐다.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외에도 트럭, 쌀, 일부 농산물 시장을 미국산 제품에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알래스카에서 추진 중인 LNG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에 일본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키로 했다.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투자·기술·에너지에 걸친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의 성격을 띤다.

이로써 미국은 대아시아 무역 전략의 큰 틀을 거의 완성했다. 앞서 미국은 7월 2일 베트남, 7월 15일 인도네시아(22일 세부 내용 공개), 7월 22일 필리핀과 각각 무역협정을 타결하며 상호관세 인하 및 미국산 제품의 무관세 수입, 비관세 장벽 철폐를 핵심 조건으로 내세웠다.

미국은 아직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한국 대만 유럽연합(EU) 등 50여 개국에 대해 압박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트럼프행정부는 자동차 농산물 의약품 디지털세 등 핵심 민감 분야에서 미국 기준 수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일본과의 이번 합의가 향후 다른 국가들과 협상에서도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4월 9일 상호관세를 공식화하고 90일 유예기간을 설정한 바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