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황정근 국회도서관장
“국회도서관, ‘인공지능 도서관’으로 도약”
사실 기반 정보회답으로 국회의 ‘보좌진’ 역할 … 데이터 4억2800만면 인공지능 학습 준비
국회도서관은 1952년 6.25 전쟁 시기에 부산 임시 수도 시절 작은 열람실로 출발했다. 이후 1963년 국회도서관 내 입법조사국이 설치되며 정보서비스 기능이 본격화됐다. 오늘날 국회도서관은 방대한 문헌을 바탕으로 의정 지원을 위한 정보회답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지능형 도서관’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3일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을 만나 국회도서관의 정체성과 주요 서비스, 인공지능 도입 현황 등을 들었다.
●국회도서관의 역할과 역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국회도서관은 1952년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열람실 형태로 출발했다. 1963년 국회도서관에 입법조사국이 설치됐고 의원 대상 정보서비스 기능이 본격화됐다. 당시엔 국회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정보 요구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들어 의원 입법이 활성화되며 정보 요청이 증가했고 국회도서관의 기능이 확대됐다.
●의회법률 정보회답서비스는 어떤 서비스인가.
의원실에서 요구한 정보에 대해 국내외 입법, 제도, 통계 등을 조사해 답변(회답)하는 사실 기반 정보서비스다. 현재 연간 6000건 이상 회답하고 있으며 평균 5일 내 응답이 이뤄진다. 의원과 보좌진의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해외 정보에 대한 신뢰성과 신속성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해외 관련의 경우, 미국 영국 EU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정보를 신속하게 조사하고 번역해 제공한다.
2007년엔 국회입법조사처가 출범하며 국회도서관은 사실 기반 국내외 입법, 통계, 제도 등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특화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분석 및 해석 중심이고 국회도서관은 정보 자체를 조사해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회도서관은 관내 의회정보실과 법률정보실을 중심으로 국내외 입법, 정책, 통계 등 의원실 요구에 응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원실의 이용 현황은 어떤가.
국회도서관의 주 이용자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이다. 의원 300명에 각 9명씩 보좌진이 있으니 약 2700명이 핵심 이용자이며 국회 내부 전체 인원인 5000여명이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은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해마다 실시하고 직접 의원실을 찾아가 홍보하는 한편, 애로사항 및 개선사항을 듣는다.
이용자들은 “정보 제공 속도가 빠르다” “해외 정보에 특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한다. 실제로 의원실에서 10일 이상 걸릴 자료 조사가 국회도서관에서는 5일 만에 완료된다. 국회도서관은 이같은 신속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국회의 보좌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시의성 있는 정책 발간물 제공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안다.
의원실 요청 이전에 선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 발간물을 펴내고 있다. 취임 이후 ‘금주의 보고서’ ‘금주의 북 리뷰(Book Review)’를 추가로 시작했다.
‘금주의 보고서’는 전세계 1300여개 정책 연구기관(싱크탱크) 보고서 중 7건을 매주 선정해 요약 제공하는 서비스다. ‘금주의 북 리뷰’는 글로벌 정책 현안, 법률 법학 관련 주요 외국 도서에 대한 소개 서비스다. 이 서비스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예컨대 ‘금주의 북 리뷰’의 경우 인공지능이 도서의 온라인 도서 소개, 신문 서평 등을 조합해 초고를 생성한다.
또한 세계 40개국의 헌법을 번역해 ‘세계의 헌법’을 발간했으며 전세계 80여개국의 헌법 번역문을 서비스하고 있다. 198개 유엔(UN) 회원국의 헌법을 번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향후 누리집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활용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달라.
국회도서관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 번역기는 외국 입법 사례 12만 조문을 기반으로 학습시켜 만든 번역기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국어를 지원한다. 인공지능이 200쪽 분량의 보고서를 100자 내로 요약해 국회 내부에 시범적으로 요약 서비스도 수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도서관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임기 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국회 인공지능 도서관(National Assembly AI Library)’ 구축이다. 이를 위해 우선 ‘통합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개발하고자 하며 기존 인공지능 번역기, 보고서 요약기 등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할 예정이다.
또한 국회도서관이 보유한 데이터 4억2800만면(PDF 기준)을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이 보유한 데이터는 정확하고 높은 품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국가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인공지능 담당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과 기술을 담당하는 직제를 신설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관련 외부 자문단 구성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그동안 열람실을 일반 대중에 개방했듯이 도서관이 보유한 정보도 저작권과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점진적으로 공개해 나가려 한다.
또한 국회도서관 내 운영 중인 ‘디지털정보센터’를 강화해 AI 정책과 기술 관련 자료를 집약하는 ‘AI 정보센터’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말 ‘국회도서관 선정 우수도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1년 동안 출간된 국내 도서 중 사회과학 분야 중심으로 10권 내외를 선정하여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출판계 지원과 국민의 독서문화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이며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
대담 김기수 정책팀장·정리 송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