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 공산당원 1억명 시대에 담긴 뜻
지난해 말 기준 중국 공산당 전체 당원수가 1억27만명이라고 한다. 중국 전체인구 14억828만명의 7.1%에 해당한다. 1921년 공산당 창당 당시 54명의 당원이 104년만에 1억명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정당이 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노동자와 농민이 주도하는 정당으로 출발했으나 2002년 장쯔민 국가주석이 내세운 3개 대표론 이후에는 특정계층 중심의 이념정당이나 계급정당을 넘어 국민적 대표성을 갖춘 조직으로 진화했다. 현재는 노동자 및 농어민 32.7%, 화이트칼라 35.4%, 기타 학생 은퇴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방에서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경제에 편입된 이후 경제발전으로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공산당의 일당통치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는 최근 일부에서 제기하는 중국 공산당 내 정치권력의 변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자체의 안정적 통치의 필요성에 대한 공산당 내부의 공감대는 굳건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가 서구의 ‘희망적 기대’와 달리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공산당이 단순한 이념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이념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진시황 이후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던 통치철학인 ‘대일통’을 실천하는 정치제도의 현대적 계승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황제라는 개인이 아닌 공산당이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을 우선하는 운명공동체의 성격이 강하다.
화이트계층 공산당원 구성에 주목할 필요
통치제도 면에서 과거 봉건제의 성격도 구비하고 있다. 중국역사에서 황제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통치제도의 대표적인 두 형태가 봉건제와 군현제였다. 주나라 시대의 봉건제는 황제와 운명을 같이하는 지방의 제후가 권력을 상하관계로 나누어 가지면서 제국의 안정을 함께 도모했다.
할거주의로 흐른 제후를 무너뜨리기 위해 진시황이 직접 선발한 관리들을 전국에 파견해 직할체제를 구축한 것이 군현제다. 그러나 군현제의 관리는 표면적인 충성과 달리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우선하기에 황권이 약화될 때는 수호하기보다 방관하거나 반대세력이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황제들은 군현제의 틀 속에서 봉건제의 가신에 준하는 측근세력의 등용으로 황권의 안정을 도모했다.
지금의 중국 국무원 산하의 행정조직도 국가주석 직할 아래 있지만 충성심보다 합리성을 중시하기에 절대권력과 한 배를 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반면 공산당은 봉건제나 황제시대 가신 그룹과 같이 권력핵심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는 운명공동체의 역할을 한다.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정부 출범 이후 조직 확대와 함께 사회 각 부문에 대한 관여와 통제를 강화했다. 공산당 조직의 특징인 민주집중제와 같이 상명하복의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정책 추진력이 강한 장점도 보여주고 있다.
공산당 당원 구성에서 화이트칼러 당원 3354만명이 눈길을 끈다. 이 중 기업 등의 전문기술인력 1639만명은 ‘신질생산력’ 등 당의 발전노선을 인공지능 항공우주 등 각 분야에서 주도하는 주역이다. 국유와 민간조직의 관리인력 1156만명은 당의 정책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중심역할을 한다. 특히 당과 정부기관에 소속된 759만명은 당의 정책을 직접 수립하는 핵심당원이다. 이러한 화이트계층 공산당원의 구성은 중국 공산당이 이념정당에 머물지 않는 실용주의 정당임을 상징한다.
중국 공산당이 구축한 안정적 통치기반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공산당이 주도한 첨단기술과 신산업 등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지만 다수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민심이반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 중국 인민은 공산당 통치에 긍정적
진시황 이후 2000년 역사 속 272개 왕조의 평균 수명은 92년이었다. 이중에서 권력투쟁이 아닌 농민혁명을 통해 집권한 왕조는 당 명 청과 같이 200년 이상 통치했다. 권력투쟁으로 탄생한 왕조는 기득권의 뿌리를 제거하지 못해 단명으로 끝났지만 거대한 농민혁명을 통해 탄생한 정권은 기득권력을 제거한 후 새로운 토대에서 출발했기에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농민혁명으로 수립한 정권에 가깝기에 정권의 장기 지속가능성이 크다. 다수의 중국 인민은 마오쩌둥의 제국주의 투쟁 승리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성공 기억 속에 아직은 공산당의 통치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중국 역사는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지면 ‘배를 뒤집을 수’ 있음을 보여주곤 했다. 온고지신에 능한 중국이 최근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