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변화에 지자체 남북교류 ‘기지개’

2025-07-24 13:00:03 게재

‘확성기 방송·전단 살포’ 중단에

중단됐던 접경지 안보관광 활기

경기·인천·전남 교류 재개 채비

새 정부 출범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접경지 지자체를 중심으로 남북교류협력 정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했던 지난 정부 때 파행을 빚기도 했던 접경지역 안보관광이 다시 활기를 찾는 등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4일 지자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대남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데 이어 최근 납북피해자가족모임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선언하는 등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접경지역이 있는 경기·인천·강원지역 지자체와 주민들 사이에 남북 간 교류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넓은 접경지역이 소재하는 경기도는 그동안 멈췄던 대북정책 재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김태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최근 “남북교류가 재개될 경우를 대비해 양묘장 조성, 정수시설 지원 등 인도적 지원사업 추진을 위한 대북제재면제 목록 갱신을 UN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임진각 평화누리, 캠프그리브스 등 경기북부 관광자원의 활성화와 평화경제특구조성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도 했다.

경기도의회에선 올해 말 종료되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의 존속기한을 2030년 말까지 연장하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경혜(더불어민주당·고양4) 경기도의원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국내외 정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반예산보다 유연한 집행이 가능한 기금의 편성과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례개정 사유를 밝혔다.

인천시도 남북관계 해빙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남북평화도로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이 있는 중구 영종도에서 옹진군 신도를 거쳐 강화도까지 연결하는 14.6㎞ 도로다. 현재 영종~신도 도로는 80% 준공률을 보이며 진행 중이나 신도~강화 구간은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 사업은 경제성 때문에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도로의 최종 목표가 강화에서 북한의 개성공단과 해주를 각각 연결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 신청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고 과거 대북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던 인천~남포항 뱃길 복원 여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남북 학생 교류를 기대하며 중단했던 ‘한반도 종단의 꿈’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2016년 ‘한반도 종단’을 목표로 유라시아 횡단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얻고 실무협의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급작스런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바 있다.

전남교육청은 이와 더불어 △UN에서 개최하는 ‘북한 친구에게 그림으로 편지쓰기’ 전시 참여 △제3국에서 남북학생 평화포럼 개최 △독서 인문학교 연계 남북 학생 교육교류 추진 등을 구상하고 있다.

광주 남구는 지난 2022년부터 시작했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주민이 참여하는 ‘통일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과 5월 각각 통일열차를 운행했다. 4월 운행한 열차는 탑승객 330명 가량을 태우고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남구는 또 오는 8월 하반기 통일열차 탑승객을 모집할 예정이며 9월과 10월 각각 운행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거의 없다. 지난 정부 때 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된 이후 사실상 모든 사업에 손을 놓고 있었고 통일부의 대북 접촉 승인 등 관련 절차와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때문에 대구시 등 다른 지자체들은 남북교류협력사업 재개여부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남북교류사업 특성상 정부와 통일부 정책방향에 따라 결정되고 지자체의 재량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재명정부가 전 정부에서 중단됐던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적극 허용하고 있어 지자체에 대한 승인도 이뤄질지 관심이다. 통일부는 최근 인도적 지원과 문화교류 등을 목적으로 한 민간단체들의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잇따라 수리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남북간계가 개선되고 통일부 등 중앙정부의 교류가 다시 시작될 경우 접경지역인 인천시가 할 수 있는 사업도 구체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구상을 새로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곽태영·김신일·방국진·최세호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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