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채권 프리미엄 역대 최저

2025-07-24 13:00:01 게재

미 재정불안에 달러 안전자산 매력 약화 … 신흥국 채권으로 자금 유입 확대

신흥국의 국채와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초과 수익률이 미국 국채 대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특히 투자등급을 받은 신흥국 채권의 프리미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프리미엄은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특정 채권을 보유할 때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의미한다.

미국 국채처럼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채권을 기준으로, 신흥국 채권처럼 위험이 더 크다고 평가되는 자산에는 더 높은 수익률이 요구된다. 프리미엄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나 기업의 신용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JP모간 신흥국 국채지수를 인용해, 신흥국 국채의 평균 스프레드가 올해 4월 3.9%포인트에서 현재 약 3%포인트로 급격히 좁혀졌다고 보도했다. 기업채 역시 2.8%포인트에서 2.05%포인트까지 하락했다. 투자등급 국가 및 기업의 경우, 미국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각각 1.04%포인트와 1.1%포인트 수준으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신흥 채권 전략 책임자인 데이비드 하우너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더 이상 과거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신흥국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며 “전 세계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달러 약세까지 더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흥국의 미국 국채 또는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낮지만, 절대적인 수익률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이런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고 분석한다. FT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공격과 재정적자 확대 우려로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UBS자산운용의 신흥국 채권 책임자인 샤마일라 칸은 “신흥국 투자등급 채권의 스프레드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그만큼 이들의 신용등급과 질이 최근 수년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활발한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나 파키스탄 등 저신용 국가들도 개혁 조치를 통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아직까지 신흥국 채권이 주요 기관투자가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 비파이낸스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3%는 신흥국 채권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하우너는 “신흥국 채권은 오랫동안 투자비중이 낮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는 곧 신흥국 채권의 추가 상승 여력, 즉 프리미엄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저평가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신흥국 채권은 전 세계 ‘탈달러화’ 흐름 속에서 유망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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