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 고프로, 콜스…밈주식 열풍 재점화
“공매도 높은 종목 사냥”
개미들 또다시 뭉쳤다
밈주식 열풍이 다시 미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오픈도어(OPEN) 급등에 이어, 크리스피크림(DNUT), 고프로(GPRO), 콜스(KSS) 등으로 열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 종목은 모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공매도 비율이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밈주식(meme stock)이란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고 급격히 인기를 얻는 주식을 의미한다.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실적보다는 ‘밈(meme)’처럼 퍼지는 유행이 주가 상승의 주요 동력이다. 2021년 게임스탑(GME) 사태 당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맞서 대규모 매수에 나서며 헤지펀드에 손실을 안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열풍의 시작점은 오픈도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디지털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오픈도어는 한때 주당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나스닥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으나, 토론토 기반 헤지펀드 EMJ캐피털의 에릭 잭슨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6거래일 만에 주가가 312% 폭등했고, 23일(현지시간) 오전에는 하루 거래량이 최근 3개월 평균의 240%를 넘는 3억6000만주를 기록했다.
밈주식 열풍은 곧바로 다른 종목으로 옮겨갔다.
도넛 체인업체 크리스피크림은 23일 오전 한때 35% 급등했고, 일주일간 누적 상승률은 44%에 달했다. 콜옵션 거래량은 전주 대비 100배 이상 폭증했다. 최근 맥도날드와의 제휴 종료, 배당 중단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로 급등했다.
고프로의 상승세는 더 극적이다. 1주일 새 주가는 75% 넘게 올랐으며, 23일 장 초반에는 단 하루 만에 73% 급등하는 등 역대 최대 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옵션 시장에서도 콜옵션 거래량이 전주 대비 30배 이상 치솟았다.
고프로는 경쟁사 인스타360과의 특허 분쟁에 휘말린 상황이지만, 높은 공매도 비율(약 10%)과 SNS 기반 주목도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콜스는 밈주식 중 공매도 비율이 가장 높다. 시가총액 13억달러 규모의 이 유통업체는 유통주식의 48%가 공매도에 걸려 있다. 22일에는 하루 만에 주가가 38% 급등했으며, 23일에는 장중 최대 18% 하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맥스 고크만 부CIO는 밈주식 현상을 설명하며 “기업이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누가 이 주식을 밀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틱톡 등에서 인플루언서가 특정 주식을 언급하면 수만 명이 그 뒤를 따른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앤드류 슬리몬은 “밈주석이 돌아왔고, 가장 위험한 종목들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인테그리티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 길버트는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하락장 매수에서 재미를 본 경험 때문에 흥분한 상태”라며 “지금처럼 자신감이 흔들리지 않는 상황은 조정이 일어나기 딱 좋은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밈주식 열풍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시장은 또다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과 그에 따른 변동성을 경험하고 있다. 근본적인 실적 개선 없이 급등한 종목들이 다수인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