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앞바다서 역대 최대 유전 발견
3300만톤 원유에
천연가스 270억㎥
에너지 독립 전환점
캐나다 석유탐사 기업이 폴란드 발트해에서 폴란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을 발견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발견으로 폴란드의 에너지 자립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중앙유럽석유회사(CEP)는 이날 폴란드 북서부 항구 도시 시비노우이시체 인근 발트해 연안에서 탄화수소가 다량 포함된 유전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비노우이시체에서 약 6㎞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볼린 광구’의 전체 예상 매장량은 원유 및 응축유 약 3300만톤, 천연가스 270억㎥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첫 번째 시추 지점인 ‘볼린이스트1(WE1)’ 유정에서만 원유와 응축유를 합쳐 회수 가능한 매장량이 약 2200만톤, 상업용 천연가스는 약 50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3년 기준 2024만톤으로 추정되는 폴란드 기존 원유 매장량과 맞먹는 규모다.
CEP는 “이번 발견은 폴란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통적 유전이자,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유전 중 하나”라며 “폴란드 에너지 산업에 있어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롤프 G. 스카르 CEP 최고경영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발견은 CEP는 물론 폴란드 에너지 산업 모두에게 역사적인 이정표”라며 “볼린 이스트 유전은 단순한 유망 매장지를 넘어 발트해 지질과 에너지 자원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공동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WE1 유정은 수심 9.5m 해상에 설치된 잭업 드릴링 플랫폼을 통해 굴착됐으며, 최종 수직 심도는 2715m에 도달했다. 총 593㎢ 규모에 달하는 볼린 광구는 CEP의 폴란드 현지 자회사인 ‘CEP 중앙유럽석유’가 운영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유전 발견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폴란드 국가지질위원장을 겸하는 크시슈토프 갈로스 기후환경부 차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폴란드의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이어 “볼린 이스트 탄화수소 매장지의 발견은 그동안 탐사가 부족했던 폴란드 발트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자원 탐사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폴란드는 2023년 원유·석유제품 3000만톤, 천연가스 200억㎥를 소비했으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폴란드 TVN 방송에 따르면 이번 발견으로 폴란드 기존 원유 매장량이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특히 천연가스 매장량 270억㎥는 연간 소비량을 웃도는 수준으로 에너지 자립도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CEP는 캐나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중앙·동유럽 지역 전문 탄화수소 탐사 및 생산 기업이다. 현재 이 회사의 지배 지분은 노르웨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어 북유럽 자본의 폴란드 에너지 부문 진출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유전이 발견된 곳은 폴란드와 독일이 국경을 맞댄 발트해의 섬 우제돔(폴란드명 우즈남) 바로 앞이다. 이 섬은 두 나라에서 모두 즐겨 찾는 휴양지여서 벌써 환경오염 우려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포어포메른주 환경단체 는 “가스 채굴이 해안 경관을 추가로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폴란드 측이 추진 중인 심해 해상항만 건설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어, 향후 개발 과정에서 환경 관련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