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부추긴 정치 양극화…“추천 알고리즘 규제 필요”
입법조사처 보고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통과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간 대립이 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수한 정치국면에서 정치적 양극화는 이념적 차원을 넘어 정서적 차원으로 번지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소셜미디어(SNS)의 ‘추천 알고리즘’이 꼽히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법적 규제는 없는 상태다. 현재 가이드라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자율 규제를 법적 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낸 ‘정치적 양극화와 소셜미디어의 책임’ 보고서는 “국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정치적 성향이 강한 보수층 이용자와 진보층 이용자에게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서비스에 의한 필터버블과 에코챔버는 기존 정치태도를 더욱 극단화해 집단 차원에서는 정치적 양극화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특히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는 정치 정보가 정책적 이슈가 아닌 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비정책적 이슈라는 점에서 정치적 양극화의 속성 중 정책 이념적 차원보다는 정서적 차원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몇년 사이 보수와 진보층의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2021년 84.1%에서 2025년 93.5%로 늘었고 호감도는 15.2%에서 6.5%로 떨어졌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는 2021년 77.5%에서 2025년 94.6%로 증가했고 호감도는 20.9%에서 6.4%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대중적 수준에서 정서적인 양극화로 나타날 경우 정치적 중도층의 감소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타협을 어렵게 하며, 이 과정에서 소위 진영 논리라는 이중 잣대에 기반한 정치 행태가 만연하게 돼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상업적 속성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공적 규제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미 외국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법적 규제를 통해 공론 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고 있다.
EU와 중국은 온라인플랫폼사업자가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이용자 선택권 보장 등의 명시적 규정을 마련했다. 또 시민담론 및 여론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자에 대해서는 정부에 사전 보고 또는 위험성 평가 및 완화 등 가중된 의무를 부과했다.
보고서는 우리와 유사한 정치경제적 체제를 갖추고 개방적 인터넷 시장을 구축한 EU에서도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 운영에 대한 규제가 제도화돼 있는 만큼 입법적 검토를 촉구했다.
그 방안으로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보장과 이용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법적 의무 부과 △이용자의 정치성향·시민담론·여론형성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추천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알고리즘 조정 등 위험성 완화조치 하도록 의무화 △위험성 평가 및 완화 조치의 내역을 투명성보고서로 작성하고 정부 규제기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