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체계 무시하는 윤석열
형사법정서 진실 밝히겠다더니 3주째 재판 불출석
김건희 “혐의별로 짧게 조사” … 특검 “협의 불필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4일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또 출석하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된 후 3주 연속 불출석이다.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윤 전 대통령의 행태를 두고 법조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예정된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과 17일 열린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17일 재판에는 사유서 제출조차 없었다. 법원은 결국 윤 전 대통령 없이 증인들의 증언을 듣는 ‘기일 외 증인신문’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야 했다. 이날 재판도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말도 안되는 정치적 탄압은 저 하나로 족하다”며 특검 수사를 비판하는 옥중 메시지를 냈다. 그는 입장문에서 “상급자의 정당한 명령에 따랐던 많은 군인들과 공직자들이 특검과 법정에 불려 나와 고초를 겪고 있다”며 “부당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형사법정에서 비상계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된 이후 특검의 출석 요구와 강제구인 시도는 물론 자신의 재판 출석까지 일체 거부하고 있다.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청구한 구속적부심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여전히 건강상의 문제를 불출석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 사령관과 경찰 수뇌부들이 꼬박꼬박 재판에 참석하며 특검에도 불려나가 조사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중에는 혈액암을 앓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도 있다. 그는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곤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아왔다.
이렇다보니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의 사전 허락도 없이 구속된 피고인이 계속해서 재판에 나오지 않는 사례는 본적이 없다”며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도 출석조사를 놓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민 특검팀은 지난 21일 김 여사에게 다음달 6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김 여사측 변호인은 특검팀에 김 여사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하루에 한 혐의씩 짧게 여러 번 조사하는 방식을 요청했다고 한다.
피의자가 조사 날짜나 조사 방식에 대해 조율을 요청할 수 있지만 혐의를 나눠 조사받겠다고 요구하는 건 이례적이다 보니 법조계에선 시간을 끌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김 여사측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홍주 특검보는 “김 여사의 소환 통지서를 수령한 변호인으로부터 특검에 방문해 조사 방식 등을 협의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특검은 협의는 불필요하고 통지된 일자에 따라 하는 것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