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개혁 바람에 증시도 ‘고공행진’

2025-07-25 13:00:00 게재

시장친화정책·대미무역합의 성과

개혁이 경제발전의 핵심 과제

최근 베트남의 경제 개혁 바람이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5월 공산당 총서기로 임명된 또럼은 민영화 확대와 관료주의 개편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보기 드문 시장 친화적 개혁을 추진해 왔다.

베트남 사모펀드 드래곤캐피털의 창립자 도미닉 스크리븐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공산당 지도자가 민간부문의 힘을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또럼의 행보가 과거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와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럼 서기장은 방대한 행정 조직을 축소하고, 민간 기업의 역할을 총생산량(GDP)의 절반에서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관료사회에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민간 기업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정부는 규제보다 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외교전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위협에 직면했지만, 또럼은 발빠르게 협상에 나서 관세율을 기존 46%에서 20%로 대폭 인하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베트남 수출 경제의 핵심 시장인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조기 차단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 같은 대내외 개혁 바람에 힘입어, 호찌민 증권거래소의 VN지수는 올해 들어 19%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2022년 1월 기준)에 근접했다.

올 상반기 베트남 경제는 제조업 호조에 힘입어 7.52% 성장했다.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살려, 7월 중 4억1100만달러 규모의 순매수가 유입됐다.

FTSE 러셀의 신흥시장 지수 편입 가능성도 시장의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수 개편이 성사될 경우 최대 60억달러의 자금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찌민시 증권사의 타일러 응우옌 수석전략가는 “이처럼 강력한 개혁은 전례가 없다”며 “개혁 초기 단계에서 베트남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리스크는 존재한다. 미국의 잔여 고율 관세나 글로벌 경기 둔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이다. 또한 베트남 민간 기업이 아직 경쟁력이 약하며, 관치 체제가 민간 혁신을 제약해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세금 감면, 금융 지원, 산업단지 진입 등에 있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이 같은 약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또럼은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점진적으로 민간 중심으로 바꾸고, 해외에 나간 기술인재의 복귀를 장려하며, 스타트업과 디지털 산업 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목표 달성은 외국인 투자 유치나 수출 증가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 행정 개혁과 시장 친화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민간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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