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AI는 주권 문제"

2025-07-25 13:00:00 게재

AI에서 진보적 가치 원천 배제 … 중국 견제하며 미국 우위 확보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앤드루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AI 경쟁에서의 승리(Winning the AI Race)’ 정상회의 중 서명된 행정명령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의 창의성과 천재성이 AI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면, 미국은 이 경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패권 쟁탈전에서의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개최된 ‘AI 경쟁 승리 정상회의(Summit on Winning the AI Race)’에서 미국의 AI 전략을 집약한 종합 청사진(Action Plan)을 공개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대통령 행정명령 3건을 현장에서 서명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AI 생태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인 셈이다.

이번에 서명된 행정명령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AI 리더십을 위한 장애물 제거’ 행정명령의 연장선상에 있다. 백악관은 이번 계획에 따라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확충 △국제 외교 및 안보 리더십 강화 등을 핵심 기조로 설정하고, 수개월 내 90개 연방 정책을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3개 행정명령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Woke AI’ 완전 배제 조치다. 연방정부가 운용하는 모든 AI 시스템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DEI) 가치를 반영한 모델을 원천 차단하도록 했다. 이른바 ‘Woke AI’는 진보적 가치관을 학습한 AI를 지칭하는 용어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좌편향 도구’로 규정하며 정부 조달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간 트럼프 진영은 Open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니(Gemini) 등이 보수 진영의 관점을 의도적으로 억압한다고 강력히 비판해왔고, JD 밴스 부통령 역시 “대형 언어모델(LLM)이 권위주의적 검열을 자행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백악관은 AI 모델의 ‘이념적 편향성’을 엄격히 심사해 객관적 진실 제공에 실패하는 기업과는 연방 조달 계약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진보 성향 AI 기술을 조달 시장에서 체계적으로 축출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둘째,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방위 규제 철폐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제조시설 등 핵심 인프라 구축에 걸림돌이 되는 환경·토지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연방 소유 부지 활용 확대와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추진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미국 내 산업 기반 구축 가속화 조치”라고 해석했다.

셋째, AI 기술의 전략적 수출 대폭 확대다. 상무부는 미국산 AI 기술 스택(소프트웨어, 반도체, 보안 솔루션 등)을 동맹국들에게 통합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고, 수출입은행 등을 활용한 금융 지원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AI 칩의 대중 수출 제한이라는 ‘방어적 봉쇄 전략’과 대조적으로, 미국 기술을 우방국 중심으로 적극 확산시켜 주도권을 선제적으로 장악하려는 공세적 수출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행정명령 외에도, 백악관은 연방기관 전반에 AI 도입을 확대하고, 국방·안보 부문에서도 AI 활용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국방부를 포함한 주요 부처에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일부 외신은 이 같은 조치를 두고 “AI의 안보 무기화가 본격화됐다”고 해석했다.

이번 조치에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모델에 대한 ‘이념적 편향 검열’이 기술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백악관은 이번 AI 청사진과 관련 행정명령들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AI 지배 시도를 효과적으로 견제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략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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