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트럼프 쇼크’…태양광·풍력 급제동

2025-07-25 13:00:00 게재

보조금 조기 종료

대규모 설비 중단

AI 전력 대응도 차질

미국 재생에너지 산업의 급성장세가 ‘트럼프 법안’으로 급격히 식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예정보다 일찍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대한 연방 보조금을 종료하고, 기존 세제 혜택 기준도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신규 설비 계획이 줄줄이 보류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수천억달러 규모의 산업 전반에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의 태양광 업체 빌라솔라(Bila Solar)는 인디애나주 공장 증설 계획을 중단했으며, 캐나다 헬리엔(Heliene)과 노르웨이 노선(NorSun)도 각각 미네소타와 오클라호마에서 추진 중이던 공장 설립을 재검토 중이다. 동부 해안에서 추진되던 대형 해상풍력 발전 설비 두 곳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모든 인허가 절차를 마친 메릴랜드 연안의 300MW급 설비와 매사추세츠 연안의 791MW급 ‘뉴잉글랜드 윈드’ 설비도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맥켄지는 향후 10년간 미국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치 규모가 각각 기존 전망보다 17%, 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정책연구소 리피트(REPEAT)는 이 여파로 2035년까지 미국 가정의 연평균 전기요금이 약 280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듐(Rhodium) 그룹은 2630억달러 규모의 발전 설비와 이를 뒷받침할 1100억달러 규모의 제조시설 투자가 무산될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책 변화는 특히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에도 큰 부담을 줄 전망이다. 컨설팅사 ICF는 AI 산업 확대에 따라 미국의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리피트 분석은 매년 2%씩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없이 이 수요를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보조금 중단뿐 아니라 세액공제 적용 기준도 강화됐다. 30%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1년 내 착공하거나 2027년까지 완공돼야 하며, 기존처럼 ‘비용의 5%만 지출하면 4년간 유예’되던 기준도 재검토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서명 직후 재무부에 세액공제 요건을 재정의할 것을 지시했으며, 45일 이내 새로운 지침이 마련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투자 결정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전력망 불안정성과 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반박하며 “이는 오히려 전력 부족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텍사스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도 전력망 안정성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정부 주장의 근거가 약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에너지 분석기관 로듐은 이번 조치로 인해 3730억달러에 달하는 청정에너지 산업 투자가 위태로워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기요금 상승은 제조업체의 부담으로 이어져, 2035년 기준 최대 110억달러의 산업용 전력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백악관은 이번 정책 전환에 대해 별도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AI 산업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라며 청정에너지에 대한 장기적 전략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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