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암호화폐 ETF 승인 돌연 철회

2025-07-25 13:00:01 게재

SEC 내부 혼선 드러났다 리플 15%·솔라나 7% 급락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위 10개 암호화폐에 분산 투자하는 신규 ETF 승인 절차를 돌연 중단했다. 암호화폐 투자 업계에는 적잖은 충격이 됐다.

23일(현지시간) SEC의 시장감독국은 비트와이즈(Bitwise)의 ‘비트와이즈 10 크립토 인덱스 펀드’를 ETF로 전환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셰리 헤이우드 SEC 부국장이 이 승인에 대해 ‘무기한 유예(indefinite stay)’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상장 계획이 중단됐다. 해당 ETF는 주요 암호화폐 바스켓에 ‘원클릭’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시장의 관심을 모아왔다.

SEC가 하루 만에 승인을 뒤집은 이번 사태는, 보수적 규제 기조가 여전하다는 점과 함께 내부 정책 혼선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폴 앳킨스 현 SEC 위원장이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려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시장의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비트와이즈 측 대변인은 “새 행정부 하에서 SEC와의 건설적 협의가 이어져왔고, 앞으로도 암호화폐 접근성 확대를 위해 성실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와이즈의 ETF는 ‘BITW’라는 티커로 거래될 예정이었으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XRP) 폴카닷 등을 포함한 주요 디지털 자산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10개로 구성한 지수를 월별 리밸런싱 방식으로 추종한다. 이와 유사한 캐시 우드의 아크(ARK) 액티브 크립토 ETF, 그레이스케일이 준비 중인 신규 암호화폐 ETF도 현재 모두 규제 불확실성 속에 계류 중이다.

법률자문 가나 웨인스타인의 애덤 가나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SEC의 암호화폐 정책이 내부적으로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보여준다”며 “승인했다가 즉시 철회하는 이중 행보는 투자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통상 SEC는 전원 위원회 투표 또는 스태프 권한 위임 방식으로 금융상품 승인을 결정한다. 그러나 스태프 권한으로 승인된 사안이라도, 위원 중 한 명이라도 이의 제기를 하면 전원 검토 절차가 가동되면서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주주로 있는 트럼프 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 그룹은 최근 ‘트루스 소셜 크립토 블루칩 ETF(Truth Social Crypto Blue Chip ETF)’ 출시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상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 크로노스를 편입 자산으로 삼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ETF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퍼트는 “SEC가 이들 상품을 ETF로 전환하기에 앞서, 암호자산 ETP에 대한 포괄적 기준이나 상장 규정을 먼저 정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다른 가능성은 특정 위원이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오후 5시 20분 시가총액 3위 리플(XRP)은 18일 사상 최초로 4달러에 육박했던 것이 3.10달러(15% 하락)에 거래됐다. 시총 2위 이더리움은 3.68% 내린 3546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200달러를 넘나들었던 솔라나도 6.96% 내린 185달러에 거래됐고, 도지코인도 9.37% 하락한 0.24달러에 거래됐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1.45% 내렸다. 코인데스크는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에 비해 유동성이 크게 적어 XRP의 경우 600만달러의 시장 매도 주문만으로 가격이 2% 떨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CCN은 비트와이즈 사례가 그레이스케일 ETF 승인 보류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트와이즈와 그레이스케일 모두 자산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암호화폐 운용사로, 각각 제출한 ETF 상품이 시장감독국의 승인을 받은 직후 곧바로 SEC 전원위원회 검토 요청이 이뤄져 무기한 보류된 공통점이 있다. 특히 그레이스케일의 ‘디지털 라지캡 펀드(GDLC)’는 지난 7월 1일 승인된 직후, 하루 만인 7월 2일에 공식적으로 승인 효력이 정지됐다.

비트와이즈의 경우, 해당 ETF에 편입될 주요 자산 중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SEC 내에서 정책적 고민을 키운 배경으로 지목됐다.

CCN은 이 같은 연속적 보류 조치가 “ETF 승인 프로세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드러내며, SEC 내부의 정책 일관성 결여에 대한 시장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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