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확산, 공무원 일하는 방식 바꾼다

2025-07-25 13:00:06 게재

서울시 GPTs 활용, 수만시간 절감 예상

단순·반복작업 맡기고 대시민 업무 집중

서울시 공무원 ㄱ씨는 요새 들어 보도자료 작성이 두렵지 않다. 사업계획서를 AI 도구에 올리면 정해진 양식의 초안이 나오는데 채 10초가 걸리지 않는다. 이전에는 초안을 다듬고 구성하는 데 4~5시간이 걸렸다. 자료 작성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면서 더 많은 시간을 기획과 검토에 쓸 수 있게 됐다.

25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AI 도구 12종을 만들어 지난 22일부터 모든 직원에게 개방했다. ‘AI 행정서포터’라고 이름 붙인 도구는 사용자 맞춤형 문서를 생산하는 챗GPT의 기능인 ‘GPTs’를 활용해 문서작업 양식을 만든 것이다.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AI에게 맡기고 대신 공무원은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 직원들이 지난해 10월 전문가를 초빙해 AI 활용 교욱을 받고 있다. 사는 직원들의 AI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용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AI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사진 서울시 제공

문서 작업은 공무원의 시간을 뺏는 주범이다. 사업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 작성은 물론 보고서 작성, 행정사무감사나 국정감사를 위한 자료 제공 및 질의·응답자료 작성 등 업무의 상당 시간을 서류와 씨름하며 보낸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에는 6개의 실, 5개의 본부, 19개의 국, 13개의 관 또는 단과 171개의 과가 있고 추가로 사업본부 세곳, 34개 직속기관, 47개 사업소가 있다”며 “이들이 담당하는 서류작업이 정형화·간소화되면 연간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시간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만든 도구 ‘서울형 GPT’로 재구성 = 경영학계에선 PPT 작업을 없앤 일본 도요타 자동차 사례가 종종 언급된다. 직원들이 디자인 요소가 많은 파워포인트 작업에 매달리다 정작 더 중요한 일에 써야할 시간을 뺏긴다고 판단해 우리로 치면 ‘한글파일’만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경영학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작 기술을 높이는 것만이 경영혁신이 아니다”며 “관료제 조직일수록 주변 업무가 늘어나는데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혁신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만든 AI 행정서포터의 또다른 특징은 최적화다. 단순히 AI 활용을 권장하거나 민간 솔루션을 베껴온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제작했거나 학습동아리·창의대회 등을 통해 다듬어진 ‘서울형 GPT’들이기 때문이다.

◆공사비 자동산출, CCTV 자동제어까지 = AI 활용 확산은 서류작업이 많은 행정직뿐 아니라 기술직 업무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건설관련 분야에서 근무하는 한 기술직 주무관은 “5억원 규모 공사에서 재료비를 산출할 때 자재 200개에 대해 각각 5개씩 단가 조사를 하려면 1000번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엑셀 파일을 올리면 AI가 자동으로 단가 비교표를 생성해줘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인공지능의 학습효과를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이다. 업무 목적에 맞게 세팅을 해놓으면 작업할 때마다 형식을 지정해야 하는 시간과 수고를 덜 수 있다. 심지어 서울시가 자주 사용하는 문장 스타일까지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다.

AI 사용 확산에 따른 부작용 예방에도 공을 쏟고 있다. 보안수칙 준수,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설정 작업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강옥현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은 “AI 활용도를 높이면 문서 작성 시간 단축은 물론 단가 심사나 문서 검토의 정확도 역시 향상시킬 수 있다”며 “AI는 공무원의 창의적 행정을 도와주는 조력자”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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