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빅데이터 시대의 플랫폼 팔란티어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들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군집화(Clustering)’ ‘기억생성(Memory Generation)’ ‘분류(Classification)’ ‘회귀분석(Regression)’ ‘의사결정(Decision Making)’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군집화 분류 회귀분석 의사결정의 기능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해 점차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군에 제공하는 미국의 방산 기업 ‘팔란티어(Palantir)’다.
이 회사의 설립자는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의 리더로 알려진 ‘피터 틸(Peter Thiel)’이다. 테슬라와 스타링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에서 틸과 일했고, 현재 미부통령인 ‘밴스’도 틸 아래서 벤쳐투자 일을 배웠으며, 틸 자신이 실리콘 밸리에서는 매우 드문 트럼프 지지자이다.
지난 몇년 간 팔란티어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인 사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의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이란 전쟁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예상 외로 러시아와 수년 동안 싸울 수 있는 저력에는 정보전 심리전에서의 우위를 빼 놓을 수 없다. 여기에는 통신용 네트워크망은 스타링크, 그리고 실제 전시작전용 정보전 및 공격 목표 설정에서는 팔란티어의 큰 도움이 있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하늘을 완전히 장악한 폭격전에서도 팔란티어의 정보전 능력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 팔란티어 도움으로 이란 영공 장악
팔란티어의 제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온톨로지(Ontology)’ 즉 ‘존재론’이다. 온톨로지는 인공지능 영역에서 수십년 전부터 다루던 주제였고 공학영역에서 말하는 온톨로지는 철학에서 말하는 개념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다. 스몰토크, C++, 자바, 파이썬과 같은 현대의 프로그래밍언어에서 지원하는 개념이 ‘객체지향’인데, 공학적 관점에서의 온톨로지란 객체지향이라는 개념과 거의 유사하다.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객체의 행동을 ‘메소드(Method)’ 또는 ‘함수’라고 하고, 속성을 ‘어트리뷰트(Attribute)’ 또는 ‘내부변수, 내부상수’라고 말한다.
한 가정을 예로 들면 집 차 가족구성원 반려동물 가재도구 전부가 객체가 되는 것이고, 이들 객체마다 행할 수 있는 행동이나 기능, 각각의 고유한 속성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모든 객체들의 속성들과 행동들을 포함해 이들 객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정보까지 도출된다면 이 가정에 대한 온톨로지가 파악된 것이다.
철수 영희와 같은 각 개인들의 속성과 행동의 공통점들을 모아서 추상적인 개념인 사람이라는 ‘클래스(Class)’를 도입할 수 있고, 그 추상화의 단계를 심화시키면 이른바 ‘종-속-과-목-강-문-계’와 같은 생명체들의 계층구조도 도입이 가능하다.
추상화된 클래스들 사이의 계층구조, 클래스의 현생(Instance)인 객체, 객체를 구성하는 속성과 행동, 객체들 사이의 연결구조 등을 각 종 센서들의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정보 등등 세상에서 포착 가능한 모든 데이터들을 수집한 다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클래스 객체 속성 행동 사이의 거의 모든 관계들을 파악해 온톨로지를 구축하는 것이 팔란티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겉으로는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동일 시간대 동일 장소에 나타나는 일이 자꾸 반복된다면 ‘상관도’ 분석에 의거, 이 둘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 자동으로 추측되어 온톨로지에 기입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팔란티어의 기술은 섬뜩할 정도로 무서울 수도 있고 현실에 미치는 파급력이 오픈AI와 같은 이상적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회사들보다 클 수도 있다.
정부에서 민간부분으로 사업영역 넓혀
그동안 군관련 정보서비스에 주력하던 팔란티어가 이제는 민간회사 쪽을 주고객으로 선정해서 돌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투자에 발빠른 이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팔란티어 주식을 꽤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전 ‘JP 모건’에서 팔란티어의 주가가 이미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고 경고를 내기도 했다. 필자 의견으로는 팔란티어의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급등한 느낌은 있어서 다소 조정을 받을 것 같기는 하지만 목표 고객을 군보다 더 큰 집단인 민간으로 바꾼 이상 앞으로 꽤 큰 매출의 성장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