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대, 한동훈 불출마로 기우뚱…2019년 자유한국당 ‘보수 암흑기’ 재연 우려

2025-07-25 13:00:22 게재

8월 전대, 친윤 주자들 ‘80% 당심’ 업고 ‘유리’ 관측

2019년 황교안, 태극기세력과 손잡았다 총선 ‘참패’

내달 2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세가 한동훈 불출마로 인해 격하게 흔들릴 조짐이다. 비윤 대표주자로 꼽히던 한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윤 대 비윤’ 대결 구도가 친윤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 당권이 탄생할 경우 2019년 ‘보수 암흑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비윤 당권주자로 강력한 경쟁력을 평가받던 한 전 대표는 24일 SNS를 통해 “기득권 다툼 대신, 현장에서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려 한다”며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면서 비윤·찬탄파(탄핵 찬성) 주자로는 안철수·조경태 의원만 남았다는 관측이다.

친윤·반탄파(탄핵 반대) 주자로는 김문수 전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전대가 ‘친윤 대 비윤’ ‘반탄 대 찬탄’ 구도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을 내놓는다.

대표를 뽑는 전대 룰이 ‘당원 80%+국민 여론조사 20%’인 점을 고려하면 친윤·반탄파 주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의원 107명 가운데 친윤이 절반을 넘는 60명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친윤·반탄파 주자가 ‘당심’에서 절대 유리하다는 것. 일부 친윤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장 의원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 전 장관은 친윤의 조직적 지원은 업지 못했지만, 6.3 대선에 출마한 덕분에 당원 사이에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 전대 구도는 2019년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를 연상케 한다. 당시 강성보수 성향의 황교안 후보와 쇄신파로 꼽히는 오세훈 후보가 맞붙어 황 후보가 이겼다. ‘당원 70%+국민 여론조사 30%’ 룰로 치러진 당시 전대에서 황 후보는 당원에서 압도적 우위를 기록하면서 여론조사에서 앞선 오 후보에 낙승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24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2019년 한국당 전대를 거론하며 “민심은 오세훈이었는데 당심은 황교안으로 확 가면서 황교안이 됐다”며 “(8월 전대의 경우 당원) 80% 룰에서는 탄핵에 찬성했던 분들이 승리하기가 상당히 어렵지 않겠나. 그래서 국민의힘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겠나 하는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천 대표 권한대행의 우려처럼 국민의힘 전대가 친윤·반탄파 승리로 끝난다면, 2019년 ‘보수 암흑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9년 전대를 통해 탄생한 ‘황교안 체제’는 ‘태극기부대’ ‘아스팔트 보수’로 불리던 강성보수층과 손잡고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툭하면 광화문으로 달려가 강성보수층과 함께 “문재인 퇴진”을 외쳤다. 황 대표는 단식과 삭발이란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했다.

이 같은 강경투쟁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4월 총선까지 한국당 지지율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강성보수 성향을 띨수록 민심과 점점 더 멀어졌던 것이다. 결국 2020년 4월 총선에서 한국당은 103석이란 전례 없는 참패를 기록했다.

천 대표 권한대행이 언급한 ‘깊은 수렁’은 친윤·반탄파가 당권을 다시 잡아 2019년 ‘황교안 체제’처럼 강성보수층만 바라보다가 민심과 더 멀어지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친윤·반탄파가 득세할 조짐을 보이면서 민심 이반은 이미 가시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21~23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민주당 43%, 국민의힘 17%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020년 당명 변경 이후 최저치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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