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이상민 소환
특검 ‘12.3 내란 가담·방조’ 혐의 국무위원 수사 속도
24일 한덕수 압수수색 … 재소환 후 구속 청구 전망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5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소환했다. 전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내란 가담·방조 의혹을 받는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내란 특검팀은 이날 오전 이 전 장관을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전 9시 56분쯤 특검에 출석한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 지시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단수를 지시했다’고 적시한 바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같은 지시를 받은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하고 허석곤 소방청장에게도 전화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 청장은 이 전 장관의 지시사항을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했고, 이 차장은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 달라"고 반복해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등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은 지난 17일 이 전 장관의 주거지와 행정안전부, 소방청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단전·단수 대상으로 지목된 언론사들이 있는 서울 중부·마포·서대문 소방서도 포함됐다. 지난 18일 황 전 본부장, 22일 이 차장, 23일 허 청장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단전·단수 지시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 의혹과 관련해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를 몇 개 멀리서 본 게 있는데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특검이 확보한 대통령실 페쇄회로(CC) TV에는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들고 한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한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저녁 삼청동 안가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엄 후속 대책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와 관련 박지영 특검보는 “이 전 장관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고 이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폭넓게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에 앞서 24일 한 전 총리 자택과 삼청동 총리공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오히려 국무회의를 소집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그는 특검의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등과 함께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행사, 폐기 혐의 공범으로 적시되기도 했다. 강 전 실장이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허위로 만든 계엄 선포 문건에 서명했다가 ‘사후에 문서를 만든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폐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날 특검 압수수색 대상에는 강 전 실장 자택도 포함됐다.
한 전 총리는 위증 혐의도 받는다. 한 전 총리는 국회와 헌재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지만 대통령실 CCTV에는 그가 국무회의 장소에 놓여있던 계엄 문건과 대국민 담화문 등의 문서를 챙겨 나오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2일에도 한 전 총리를 소환조사했지만 당시는 윤 전 대통령의 혐의를 확인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 특검보는 “한 전 총리 관련 범죄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며 “압수수색으로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전 총리에 대한) 추가 소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한 전 총리나 이 전 장관의 혐의가 가볍지 않은 만큼 특검이 신병 확보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비상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이 적힌 문서를 받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가 회동에 참석한 박 전 법무장관 등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