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재명식 첫 ‘실용인사’ 성적표

2025-07-28 13:00:01 게재

이재명 대통령은 ‘일만 잘 하면 된다’는 실용인사를 고집했다. 지연 학연 이념뿐만 아니라 과거까지도 묻지 않겠다는 게 그의 인사원칙이었다.

‘농업 4법’을 ‘농망 4법’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행사를 요청한 송미령 농림부장관을 유임한 것도, 보좌진 갑질로 국민밉상이 된 강선우 의원의 여성가족부장관 임명강행을 결정했던 것도 ‘일은 잘 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논문표절 논란의 이진숙 교육부장관,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했던 오광수 전 민정수석, 내란을 옹호했던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의 임명 근거도 ‘실용’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등에게 모멸적 발언을 퍼부은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역시 ‘인사혁신의 적임자’라는 ‘업무 능력’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지난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인사원칙에 대해 성남시장 경기지사 때 경험을 토대로 “우리하고 색깔이 비슷한, 우리를 지지했던 쪽만 다 골라내면 남는 게 없더라”며 “기본적 소양만 있으면 결국 지휘자가 지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로보트태권브이론’이다. “조종 칸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내용을 채우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인사권자 최종책임자,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대통령”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처럼 모든 것을 조정하고 간섭할 수 없다. 대통령실 비서관뿐만 아니라 장관 차관 등 고위공직자 같은 정무직에게 작은 조종간들을 맡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 지지층과 진보진영에서는 이들의 ‘능력’과 함께 ‘삶의 이력’을 봤고 강도 높은 ‘임명 반대’ 입장을 냈다. ‘업무 능력’ 못지않게 ‘공정성’ 등 진보진영의 ‘공유 가치’를 챙겨 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잘못된 게 있다면 최대한 고쳐서 써야 한다. 부족한 게 있다면 채워 줘 가면서 같이 가야한다”고 했지만 ‘고쳐 쓰기도 어렵고 채워줄 수도 없는 인사’도 있는 법이다. 그걸 가르는 기준이 ‘과거의 언행’이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능력 면에 초점을 두다 보니 예전 과거사에 대한 검증이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이재명정부 첫 조각에서 ‘흑묘백묘론’이 저항에 부딪혔다.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에게 집권초반 상처로 남았다.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 과정에서 ‘실용’이 ‘공정’ ‘정의’ ‘통합’에 배치되는 사례를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실용을 과도하게 앞세우면 ‘제 2의 강선우 사태’를 맞닥드릴 수 있다. 인사, 법안뿐만 아니라 한미통상교섭에서의 농수산물 협상, 세제개편, 의대 특혜 논란, 8.15 특사, 검찰개혁 등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빠른 속도에 의한 성과가 아닌 충분한 숙의와 대화 타협을 거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박준규 정치팀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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