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기압의 공습…폭염에 빠진 한반도 ‘물가관리 초비상’
태풍 상륙 안하면 8월말까지 폭염 이어질 수도
긴 폭염에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물가까지 ‘흔들’
▶1면 '폭우·폭염'에서 이어짐
수산물도 폭염에 지쳤다. 양식장에선 폭염으로 수온이 오르면 대량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4일에는 제주에서 고수온 추정 광어 폐사 신고가 들어왔다. 고수온 추정 폐사 신고는 올해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는 폐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수부는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3일 전남 여수에서 우럭을 긴급 방류했다. 올해 긴급 방류는 처음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37개 해역 중 고수온 해역은 서해와 남해, 제주의 14개에 이른다. 지난해 고수온에 따른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양식어종 가운데 우럭 피해액이 58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광어는 99억원이다. 올해도 고수온으로 양식업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안정 총력전 나선 정부 = 정부는 물가안정 총력전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 가용 물량으로 3만5500톤의 배추를 확보해 수급이 불안할 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고사·유실 피해에 대비해 배추 예비묘 250만주를 준비하고, 병해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제 약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시설 채소류와 과일류는 농촌진흥청, 지방자치단체 등과 생육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배수 관리, 햇빛 차단 등 현장 기술 지도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도 농식품부와 함께 가격 안정에 나섰다. 지난 17일부터 3주간 ‘농축산물 할인지원 행사(농할)’를 진행 중이다. 마트 자체 할인에 정부 지원을 더한 방식이다. 대형마트는 사전 수매계약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할인 폭을 확대하고 있다. 23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전통시장이 6678원, 대형마트 유통업체는 4676원으로 약 2000원 차이를 보였다.
폭염과 집중호우는 추석 성수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조량 부족과 병충해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추석용 사과와 배 수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4월 남부 지역 산불 피해까지 감안하면 과일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 추석이 10월6일로 예년보다 늦어 수급 대응에 다소 여유가 있다. 지난해 추석은 9월17일이었다.
◆폭염 언제까지? = 지난 27일 경기 안성의 수은주가 40.6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에 폭염이 절정을 찍고 있다. 도대체 더위는 언제쯤 물러갈까. 태풍의 ‘활동’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기상청 결론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공을 덮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연일 기온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뜨거워진 동풍이 폭염에 가세할 전망이다. 한여름에 솜이불 두 겹을 덮고 난로까지 쬐는 모양새다. 대기 중 열기가 빠져나가려면 상공의 찬 공기 쪽으로 올라가는 상승 기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반도 대기 중층에 북태평양고기압, 상층에 티베트고기압이 각각 자리를 잡으면서 열기가 갇히는 ‘열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이 최고 39.6도를 기록하는 등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2018년과 폭염 양상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이례적 ‘이중 고기압’ 구조가 얼마나 오래 가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공은 두 고기압이 온몸을 감싼 듯 빈틈없이 갇혀 있다. 이런 모양은 주로 폭염 절정기인 7월 말에서 8월 중순 사이에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올여름은 이달 초부터 이런 양상이 나타났다.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빈발한 이유다.
지난 16~20일 전국에 내린 ‘폭우’로 열기가 한 차례 해소됐다. 하지만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빠르게 우리나라 상공을 장악하면서 다시 ‘이중 고기압’이 만들어졌다. 비로 땅이 축축해진 상태여서 높은 습도로 인해 기온은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통상 여름을 통틀어 한 번 겪는 극한 폭염을 올해는 8월 이전에 두 번이나 겪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번 주엔 고온 건조한 열풍이 가세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한동안 남동풍을 비롯한 동풍 계열의 바람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남은 변수는 우리나라 남쪽에서 발달하는 태풍과 열대 저압부의 영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우리나라로 상륙하면 두 겹의 고기압 이불을 걷어내고 기온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상륙하지 않거나 먼 곳에서 소멸하면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보낸 열기에 더위가 오히려 가중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