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불안에 회사채로 쏠리는 자금

2025-07-28 13:00:01 게재

정부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 사례 발생하나

글로벌 자금이 정부 국채를 떠나 회사채로 몰리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이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이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자산운용사들은 미 국채에서 39억달러를 빼내고 미국과 유럽의 투자등급 회사채에는 100억달러를 새로 투입했다. 7월에는 미국 회사채에 130억달러가 추가 유입되며 2015년 이후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정부 신용도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5월 무디스는 미국의 국채 등급을 최고등급(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과 급증하는 이자 부담이 불러온 결과였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이 감세안이 향후 10년간 3조4000억달러의 추가 재정적자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견조한 수익을 유지하며 채무 상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회사채는 이제 명확한 선택지가 됐다”고 밝혔고,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매니저 미카엘 니자르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채권에서 회사채로 자산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국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차(스프레드)는 역사적 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평균 스프레드는 7월 현재 0.8%포인트 미만으로,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1.2%포인트보다 훨씬 낮다. 유로화 표시 회사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보다 극단적인 현상도 신흥국에서 관찰됐다. 국제경제학 논문에 따르면 “신흥국의 국채 금리가 이례적으로 높아지는 시기에는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자국 정부보다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Bevilaqua, Hale, Tallman 2020).

이는 국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치솟으면 투자자들이 더 이상 이를 신뢰할 만한 지표로 여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재정위기 상황에서는 국채 수익률이 더 이상 기업 신용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이 개별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자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채가 ‘절대 안전자산’이라는 기존 통념이 흔들리면서 회사채가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이 국채보다 더 나은 투자처로 평가받는 세계가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지속될 경우 국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차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향후 선진국에서도 ‘기업이 정부보다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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