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00만원대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
앞구르기·킥복싱까지 척척
서구 독점 깬 중국의 야심
중국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Unitree)가 약 700만원대에 불과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시하며, 가정과 일터를 겨냥한 인공지능(AI) 로봇 시장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이날 신형 로봇 ‘R1’을 공개하며 가격을 3만9900위안(약 5900달러·한화 77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로봇 무게는 25kg에 불과하며, 26개의 관절을 갖췄다. 음성과 영상 인식이 가능한 멀티모달 AI 기능도 탑재됐다.
이날 공개된 위챗(WeChat) 영상에는 이 같은 사양이 자세히 소개됐다. 영상에서 유니트리 R1은 앞구르기, 물구나무서기, 복싱, 킥복싱 동작, 언덕 달려 내려가기 등 놀라운 움직임 기술을 선보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가격 책정이 미국에 앞서겠다는 중국 차세대 로봇 기업들의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유니트리는 지난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공개 회담에 알리바바 마윈, 텐센트 마화텅 등과 함께 CEO 왕싱싱이 초청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R1 출시는 26일부터 열리는 중국 최대 AI 포럼인 ‘세계인공지능대회(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WAIC)’ 개최시점에 맞춰 이뤄졌다. 이 행사에는 상하이에서 베이징 정부 관계자, 벤처투자자, 유력 창업자들이 총출동할 예정으로, 중국의 AI 전략에 핵심 역할을 맡을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인간형 로봇 등 AI의 물리적 구현 기술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수십 년간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서방 기업들이 주도해온 휴머노이드 분야는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서고 있다. 가정, 공장, 심지어 군사 목적까지 겨냥하며 제품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이 이 확산의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유니트리의 G1 모델은 연구소나 학교에서 활용됐으며, 가격은 약 1만6000달러 수준이었다. 보다 고성능의 대형 H1 모델은 9만달러 이상이다. 경쟁사인 UB테크(UBTech)도 올해 가정용으로 활용 가능한 2만달러 수준의 휴머노이드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이번 R1 모델이 발표대로 작동한다면, 로봇 산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복잡한 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기술이 본격적인 대중화 국면에 진입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2024년 기준 가장 정교한 인간형 로봇의 단가가 약 2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추산한 바 있다. 한편, 로이터는 새로운 R1 가격(3만9900위안)이 2024년 출시된 G1(9만 9000위안) 대비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이라며, 이는 제조 단가 인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영국 IT 전문 매체 테크레이더(TechRadar)는 유니트리 R1의 지능과 자율성 수준은 불투명하며, 이전 모델이나 시연 영상 일부가 원격 조종이나 사전 프로그래밍된 동작에 의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니트리 측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실제 출시 제품이 발표 내용과 다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휴머노이드 로봇 구조의 본질적 복잡성과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