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내 대표 취임’ 가업승계 특례 ‘합헌’
헌재 “경영권 이전 통한 가업승계 요건 충족은 매우 중요”
증여세 감면 규정 ‘5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요건 강화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주식을 증여받은 자녀가 일정 기한(5년 이내→현 3년 이내) 안에 대표로 취임해야 ‘증여세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세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A씨가 제기한 옛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6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가업 승계를 목적으로 주식 등을 증여받는 경우, 5년 안에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증여세를 감면해주는 특례 규정이다.
A씨는 2010년 12월 아버지로부터 회사 지분의 30%에 해당하는 주식 1만7394주를 물려받았다. 이후 가업 승계 목적으로 증여세를 감경해주는 특례에 따라 5억원을 공제하고 10% 세율을 적용해 8254만원을 증여세로 납부했다.
하지만 A씨는 증여일로부터 5년을 훌쩍 넘긴 2016년 10월 대표로 취임했다. 과세당국은 A씨가 주식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산세를 포함해 증여세를 4억1572만원으로 다시 고지했다.
A씨는 법원에 조세심판청구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고, 2020년 11월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A씨는 “증여일로부터 5년 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예측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우선 조세특례제한법이 구체적 가업승계 방식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조세법률주의, 의회유보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구체적 가업승계 방식은 경제상황이나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사정을 고려해 규율할 필요가 있는 세부적·기술적 사항이므로 입법자 스스로 규율해야 할 본질적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례조항이 소유권 이전 외에 경영권의 이전까지 요구하고 있는 점,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가업에 종사하는 수증자가 대표로 취임하는 것이 경영권의 승계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구인은 해당 조항이 조세평등주의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법 제30조의6 제2항은 “가업을 승계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가업에 종사하지 않거나 휴업 또는 폐업하는 경우 과세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데, 이에 반해 가업을 승계하지 않은 수증자에 대해선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일괄적으로 과세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차별이란 게 청구인 주장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가업승계 과세특례에서 ‘경영권 이전을 통한 가업승계’라는 요건의 충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일단 경영권을 이전받아 가업을 승계했으나 계속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후관리 의무를 위반한 수증자와 달리, 처음부터 가업 경영권을 이전받지 않아 승계하지 않은 수증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에 상관없이 과세특례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법령은 개정돼 주식을 증여받은 자녀가 증여일부터 ‘3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가업을 승계한 것으로 인정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