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절대왕정 123년 통치 비밀 공개

2025-07-28 14:53:36 게재

오늘의 책 | 빈살만의 사우디 왕국

빈살만 개혁정책까지 체계 분석

현장 외교관이 전하는 생생 증언

21세기 유일 절대왕정인 사우디아라비아가 123년간 권력을 유지해온 비밀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1902년 건국부터 현재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의 비전 2030 개혁정책까지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빈살만(MbS)의 사우디 왕국
빈살만(MbS)의 사우디 왕국(데이빗 런델 지음, 박준용 옮김, 3만5000원)

인문공간이 23일 출간한 ‘빈살만(MbS)의 사우디 왕국-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정치 대혁신’(데이빗 런델 지음, 박준용 옮김)은 사우디 전문가인 미국 외교관이 아라비아 사막 오아시스 부족에서 G20 국가로 성장한 사우디 왕국의 정치 메커니즘을 탁월하게 분석한 대중서다.

저자 데이빗 런델은 30년간 미국 외교관으로 재직하며 그중 15년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한 현지 전문가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던져야 할 첫 질문은 정부가 언제 붕괴될 것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왜 아직 존재하느냐였다”고 핵심을 짚었다.

평화적 권력이양 6차례 성공의 비밀

사우디아라비아는 1953년 압둘아지즈 국왕 사망 이후 6차례 이상 평화적 권력 이양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 아랍 국가들이 쿠데타와 혁명으로 정권이 바뀐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1960년대 사우드 국왕과 파이살 왕세자 간 갈등이 오히려 안정적 왕위 계승 시스템 구축의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정치 안정성의 핵심은 5개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 간 정교한 균형이라고 봤다. 전통적 권력 기반인 부족과 와하비 성직자 집단에 상인 계층을 흡수하고 근대화 과정에서 테크노크라트를 포용하면서 왕족이 조정자 역할을 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룹별 엘리트가 기득권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왕정에 충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권력 유지의 핵심이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알카에다의 사우디 내 테러 활동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사례를 통해 사우디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성직자와 부족 일반 국민의 지지를 얻어 테러 세력을 고립시킨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전례 없는 도전 과제들 산적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앞에는 전례 없는 도전 과제들이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의존 경제의 지속가능성 한계, 이란과의 지정학적 갈등, 인구 15%를 차지하는 시아파에 대한 구조적 차별,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욕구 증대 등을 주요 불안 요소로 꼽았다.

저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어요. 앞으로 10년간 더 억압적이고 불안정한 왕국이 될지 아니면 더 안정되고 책임감 있는 왕국으로 진화할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장 외교관의 생생한 번역

번역을 맡은 박준용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2021년 6월부터 2024년 1월까지 2년 7개월간 리야드에서 근무하며 현지 상황을 직접 체험한 인물이다. 그는 재임 기간 중 3차례의 정상 방문 행사와 정부 간 협상을 주도했으며 2022년 사우디 리야드에 최초 세종학당을 개원하는 등 한국 사우디 문화교육 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박준용
박준용(연세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전 사우디 대사)

박 전 대사는 “중동 정세와 아랍 및 이슬람 문화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며 “1962년 수교한 사우디에 최초의 공식 한글교육 기관인 세종학당을 설립하는 데 기여한 일도 대사로서 보람이었다”고 회고했다.

1986년 외무고시 합격 후 벤쿠버 영사, 주중국 공사참사관 및 공사, 외교부 동북아시아 국장,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등을 거친 베테랑 외교관인 박 전 대사의 현장 경험이 번역에 생생함을 더했다는 평가다.

책은 빈살만의 탈 석유화와 새로운 산업 육성 계획이 어떻게 글로벌 경제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지도 전망하고 있다. 셰일 오일 시대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 중추 역할, 이슬람 성지 메카 메디나 관리, 중동 지역 세력 균형자 및 중개자 기능 등으로 여전히 중요한 이유도 제시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 경제 사회를 탁월하게 조명하면서 그 이상의 것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는 “탁월하고 철저히 분석적이고 독보적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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