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에 ‘반도관계공동위원회 구성’을 제안하자

2025-07-29 13:00:07 게재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2) 노딜과 대북전단살포에 대한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해체(2020.6), 윤석열정부의 주적론 부활과 흡수통일 불배제론(2022.5) 이후 핵보유 하의 체제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2023.12)한 후 법화(2024.1), 헌법화(2024.10) 등의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했다.

동족(민족)·화해·통일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통일전선사업부·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관련 기구를 해체했다. 대적사업국(위장 명칭 제10국)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다. 통일문제를 금기시하면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 등 45년간 유지해온 통일노선을 폐기했다.

대한민국은 평화통일의 헌법 가치를 존중한다. 남북합의서의 상호존중 정신을 계승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의 역사적 경험도 중시한다. 가치·정신·경험에 토대한 ‘통일지향의 특수관계’를 유지한다. 특수관계론은 적대적 두 개 국가론과의 극명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남북관계 개선의 근본적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 '실용 협력'이라는 새로운 접근 요구돼

남북은 ‘반도’라는 공간을 공유한다. 반도는 지리적 단위로서 정치적 통일 구도와 무관하게 상호 인정이 가능하다. 실용적 입장에서 지리 공간의 공통성을 기반으로 적대와 대립을 뛰어넘는 기술적·실무적 협력 차원의 ‘중립적 거버넌스’ 구축이 현실적 요구다. 통일·국가·체제 통합 논의에서 벗어나 실용 협력이라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분단 이후 최초로 지리적 동일성에 기반한 제도적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가칭 ‘반도관계공동위원회(공동위원회)’다. 호칭은 ‘한반도측과 조선반도측’으로 한다. 설립목적은 첫째, 동일한 반도를 공유하고 있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비정치적·비군사적 문제의 공동 대응이다. 둘째, 반도를 공유하는 구성원으로서 정치·이념적 대결을 배제한 공동체 기반의 제도화된 협력 구축이다.

‘공동위원회’는 국가 또는 정부간 외교기구나 조약기구가 아니다. 양측 실무단이 참여하는 중립적 협의 플랫폼이다. 남측의 한반도 개념과 북측의 조선반도 개념이 정치·군사·주권·통일 문제를 전제하지 않고도 실무적 협의가 가능한 구조다. ‘반도’는 지리적 개념으로 양측이 현실적으로 공유하는 공간 단위다. ‘관계’는 정치적 일원화나 통합이 아니라 공동의 과제를 인식하고 조절·해결하는 실용적 협력의 정신을 반영한다(남북조절위원회 사례). ‘공동위원회'는 대등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호 협력의 틀을 제도화하는 기구적 표현이다(미소공동위원회 사례).

주요 활동 영역은 반도 지리 공간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감염병 산림훼손 수질오염 해양환경변화 등 비군사·비정치적 위기 요인을 공동 감시·대응한다. 국제기구(UN, WHO, UNEP)와의 연계를 통해 반도 차원의 협력을 국제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한다. 위원회는 실무급 전문가급 기술협력단 등으로 구성한다. 공동위원회 산하에 분과 위원회도 둘 수 있다. 공동 사업의 실행은 양측의 승인과 대면·서면 협의를 한다. 양측 행정기관 또는 민간 파트너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공동위원회’는 분단구조 고착화를 방지하고 대화의 최소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적대 인식과 체제 갈등을 넘어 실무협력의 사례를 축적할 수 있다. 통일논쟁이나 국가 정통성 문제를 탈피하면서도 실질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반도측과 조선반도측의 공동협력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분단구조 고착화 방지와 대화기반 유지해야

북한은 공동위원회 제안에 거부할 명분이 그리 많지 않다. 조선반도측 명칭 사용으로 정치체 인정 요구가 사라진다. 단계적 참여 또는 거절 후 역제안 가능성도 예측된다. 보수진영에서 국가 대 국가 프레임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반도의 개념은 지리적 공간으로서 국가의 개념을 뛰어넘는다는 설득으로 비판을 해소할 수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도 인도적 환경적 의제 중심의 협력으로 환영 가능성이 높다.

시작이 반이다. ‘공동위원회’의 구성·운영이 한반도측과 조선반도측의 협력적 상호 윈윈과 반도 평화 증진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