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대신 낸 양육비 회수 인력 단 ‘3명’
자녀 313명 양육비선지급제 첫 지원 받아 … 회수율 저조 시 제도 지속성에도 악영향
‘188가구 자녀 313명’. 25일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아이들에게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지원한 경우다. 이후 국가가 비양육자로부터 해당 돈을 받아낸다. 하지만 양육비 회수가 말처럼 쉽지 않은 데다가 전담 인력도 3명뿐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부모 71.3%가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는 고질적인 문제로 과거에도 비슷한 수준(△2018년 73.1% △2021년 72.1%)을 보였다. 취업 중인 한부모는 83.9%로 고용률은 높지만 근로소득이 낮고 임시·일용직 등 고용안정성은 낮았다. 양육비 문제를 단순히 개인 간의 채무로만 치부하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이뤄져왔지만 개인 간의 채무문제를 국가가 해결하는 게 적합하냐 등 여러 반발로 시간만 흘러갔다. 지난한 논쟁 끝에 드디어 2025년 7월 1일 양육비선지급제가 시행됐다. 종전 한시적 긴급지원제도(중위소득 75% 이하 한부모에 최대 12개월간 월 20만원 지급)에서 진일보해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한둘이 아니다. 양육비선지급제 대상은 양육비 이행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의 미성년 자녀다.
사실 양육비 선지급-후회수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하고 정착한지 오래인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도 회수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 재정 손실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양육비는 아동 복지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시행된 만큼 이를 강제할 수단은 필수다. 하지만 당장 인력부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회수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전담 인력은 3명에 불과하다. 양육비선지급제 대상이 서울에만 있지 않은데,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서울에만 있을 뿐 지방에는 없다.
전담 인력 숫자를 떠나 채무자의 재산은닉이나 무직 주소불명 등으로 회수하기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만약 회수율 저조가 장기간 지속되면 어렵게 도입된 양육비선지급제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기도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방안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28일 여가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다 보니 처음부터 인력을 많이 확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해당 내용은 기획재정부와도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사항이기 때문에 인력을 순차적으로 늘려나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육비선지급제의 구조적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육비 이행지원 제도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김선희 서울 가정법원 판사는 “가사소송법 제63조의 2는 미국의 ‘Wage withholding’ 제도를 차용해 양육비를 채무자의 급여에서 강제로 공제하는 ‘직접지급명령을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무상 가장 큰 문제는 채무자가 자영업자거나 비정규직일 경우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고 이직 시마다 양육비 채권자가 다시 새로운 직접지급명령을 받아야 하는 점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채무자의 악용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자동 승계 제도를 시행 중이다. 채무자의 고용변경이 확인되면 새 고용주에게 해당 내용이 전달되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채무자의 급여에서 양육비를 자동으로 공제하게 된다.
28일 또 다른 여가부 관계자는 “해당 문제 지적은 알고 있지만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