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한국문화산업정책사

국가경쟁우위 이론으로 본 문화산업정책

2025-07-29 13:00:10 게재

케이-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혁신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 현직 고위공무원인 박위진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은 이와 같은 고민에서 출발해 해방 이후부터 윤석열정부까지 문화산업정책을 연구한 ‘한국문화산업정책사’를 펴냈다.

박위진/서울경제경영

저자는 문화산업정책을 국가경쟁우위 이론에 근거해 분석하고 미래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문화산업정책의 정리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 정책이 산업 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조망한다.

저자는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델과 이것이 발전된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을 핵심 분석 틀로 사용한다. 이 모델은 △요소조건(인력 자본 기술 등) △수요조건(내수시장과 팬덤의 성숙도) △관련 및 지원산업(플랫폼 및 유통 생태계) △기업의 전략·구조 및 경쟁이라는 4가지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이 책은 문화산업이 이 4개 축에서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부분에서 불균형이 발생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산업 정책 예산, 특히 인력양성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출판, 게임, 음악 등 여러 장르에서 종사자 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예산 비효율이 아니라 산업 고도화, 플랫폼 중심 구조 전환, 자동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로 해석된다. 창업 및 창작 지원도 확대되었지만 만화와 음악 분야에서는 대형 플랫폼과 기획사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어 신생기업의 성장은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케이-팝은 민간 주도로 세계적 성공을 거뒀지만 정부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영화와 방송 등 일부 장르에는 정책 예산이 집중되어, 정책 우선순위와 산업적 영향력이 항상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지역 문화산업을 위한 예산은 증가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심화됐으며, 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균등 지원의 한계를 드러낸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공공부문의 재교육이나 대응 시스템은 부족하다. 창의적 기업가 육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미흡하며,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에 대응하는 공정성·저작권 관련 제도도 정비되지 않았다. 이는 중소 제작사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다양성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국가경쟁우위 관점에서 해석하며 문화산업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전략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문화산업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정책 재설계를 위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책 수립자, 연구자, 실무자 모두에게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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