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플레이션 위기, 수요보다 과잉공급이 문제

2025-07-29 13:00:29 게재

FT, “정부 주도 과잉 생산이

물가하락의 근본 원인” 진단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문제는 단순한 소비 부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초래한 과잉 생산과 과도한 경쟁이 더 본질적인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편집진은 27일(현지시간) 기고문에서 “중국의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수요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 공산당이 공급 과잉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이겨낼 희망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생산자물가(PPI)는 2022년 10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내수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계속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FT는 “중국 공급망의 낮은 가격은 전통 산업(철강·시멘트)은 물론, 전기차·태양광·인공지능 등 신산업에서의 과도한 경쟁의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을 중국 내에서는 ‘네이쥬안(內卷, involution)’이라 부른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지도부도 최근 들어 이를 비판하고 있으나, FT는 “이 같은 초경쟁 상태는 결국 중국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 탓”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신형 생산력’ 육성을 강조하며 첨단 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로부터 할당된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쏟아부었다. 기업들 역시 정치적 지원과 명성을 얻기 위해 특정 산업에 무분별하게 진입했고, 그 결과 공급 과잉과 중복 투자가 심화됐다.

FT는 “공장과 생산라인은 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세워지고, 생산된 물건은 재고로 쌓인다. 전기차가 항구에 주차된 채 수출되지 못하고, 새로 지어진 데이터센터엔 AI 칩이 방치되어 있다"고 지적했. 여기에다 주요 교역국들이 값싼 중국 제품의 자국 산업에 대한 피해를 경계하면서, 해외 수출도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시멘트, 철강, 건설 업계에 생산량 조절을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과거 국유기업 중심의 산업에선 일정 성과를 거둔 바 있지만, FT는 "경쟁이 치열한 민간 주도 산업까지 통제하려면 더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FT는 특히 지방정부의 왜곡된 인센티브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차원의 통일된 시장을 구축해 지방정부가 왜곡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GDP 중심의 성과 지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집행을 강화하면 중복 생산을 줄이고 산업의 차별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부는 과도한 지원이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국가가 공장을 지을 수는 있지만, 효율성을 만들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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