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세계 주요 증시 수익률 1위 달성
기업지배구조 개혁 기대감 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
2025년 들어 한국 증시가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27일(현지시간) “올해 코스피가 33% 상승하며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요 증시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은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는 이사진의 책임을 전체 주주에게 확대 적용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향후 누적투표제 도입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입법도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신호로 작용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지난 6월부터 한국 증시 투자의견을 연이어 상향 조정했다.
실제로 7월 한 달 동안만 30억달러 이상의 순매수 자금이 유입됐는데, 이는 이전 두 달간 외국인 순매수 합계를 넘어서는 규모다.
페더레이티드허미스의 조너선 파인스는 “이러한 개혁은 이미 진행 중인 문화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희생하며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관행을 줄일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 주식에 대해 매우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왔다. 그는 올해 6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주주권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과 세제 개편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 개혁안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도 존재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77%가 추가적인 상법 개정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긍정적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로베코 홍콩의 조슈아 크랩은 “자본 효율성 개선, 자사주 매입 확대, 배당 강화 등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며 “이는 외부 환경보다는 내부 개혁이 이끈 성과”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최근 3년 만에 처음으로 2조달러를 돌파했으며, JP모건은 향후 2년 내 코스피가 5000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한 만큼, 실제 입법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