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윤 격노’ 인정하나
해병특검, 피의자로 불러 조사
국회선 부인…입장 변화 주목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오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인사다. 앞서 3명이 ‘윤 격노’를 인정한 가운데 국회에서 이를 부인해왔던 조 전 원장이 특검 조사에서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조태용 전 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첫 소환 조사다. 그는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에서는 소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윤석열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으로 꼽히는 조 전 원장은 이른바 ‘VIP 격노’가 있었다는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 참석했다.
‘VIP 격노’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돌연 경찰 이첩 보류와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조 전 원장은 당시 회의 이후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남아 윤 전 대통령과 별도로 대화했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가 경찰에서 회수된 그해 8월 2일에는 이 전 국방장관과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특검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의 중간 연결고리로 의심하는 김장환 목사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구명 로비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1일 조 전 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바 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을 상대로 문제가 된 수석비서관회의 전후 상황과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정민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채 상병 수사 결과가 대통령에게 보고된 경위와 최초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고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했는지, 이러한 지시가 수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원장은 지난 2023년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와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며 “안보실의 임무는 국정 전체를 보좌하는 것이지 특정 사안의 수사 과정 디테일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회의 참석자들이 특검 조사에서 기존과는 다른 진술을 내놓은 상황이어서 그 역시 진술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해당 회의에 참석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은 특검 소환조사에서 “당시 대통령이 격노한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최측근 참모였던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육군 소장)을 전날 소환해 조사했다. 정 특검보는 전날 “언론 브리핑 취소 이후 경찰 이첩 기록 회수 등 박 소장은 중요한 기점마다 이 전 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은 핵심 인물”이라며 “조사할 내용이 많아 여러 차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향후 수사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한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던 허태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도 3일 만에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허 전 실장은 2023년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초동조사 장관 보고에 동석했던 인물이다.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 전 장관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전 장관은 해당 조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결재했다.
하지만 이튿날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돌연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면서 채 상병 사건 수사 관련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