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공천개입·특혜 의혹’ 수사 박차
윤상현 “윤 전 대통령 전화 받아” 진술
김 여사 오빠 ‘공흥지구 특혜 의혹’ 조사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공천개입·특혜 혐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9일 민 특검팀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치러진 22대 총선 부당 선거개입·공천 의혹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28일 집행한 압수수색영장에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 재임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공모해 공천을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에 앞서 이 대표 휴대전화를 제출받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대선 당시 명태균씨로부터 무료 여론조사를 받은 대가로 같은 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창원 의창에 공천받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 또한 이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명씨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김 전 의원 공천 발표를 앞두고 이 대표가 명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등과 관련해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제공받았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대표측은 의혹에 대해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로 공천 권한이 있었기에 권한을 행사해도 업무방해 혐의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혁신당도 28일 논평을 통해 “당대표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죄라면 편집국장이 신문 제작에 개입한 혐의, 보도국장이 뉴스 제작 개입한 혐의로 처벌하라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27일 특검 조사를 받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명씨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으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요청을 받고 김 전 의원을 공천해 공정한 공천 심사를 해야하는 공관위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윤 의원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9일 전화해 “비서실장(고 장제원 의원) 전화받았느냐. 김 전 의원 좀 잘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힘은 이튿날 김 전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다만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연락을 받았지만 공천 개입은 하지 않았으며, 김 전 의원 공천은 공관위의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특검팀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씨에 대한 조사는 오후 11시쯤까지 이어졌다.
김씨는 모친인 최은순씨가 설립한 가족기업 이에스아이엔디(ESI&D)를 통해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ESI&D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경기 양평군 공흥리 일대 2만2411㎡ 부지에 도시개발사업을 벌여 350세대 아파트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부담금을 부과받지 않았고, 사업 시한도 소급해 연장받았다는 게 의혹의 내용이다. 김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25일 김씨의 주거지와 ESI&D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순방 당시 착용한 반 클리프 앤 아펠사의 목걸이로 보이는 귀금속을 확보했다. 이 목걸이는 김 여사가 재산 신고 누락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보석이다. 특검은 물품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받고 나온 김씨는 “양평 공흥지구 특혜를 인정하느냐”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목걸이가 왜 장모님 댁에서 나왔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귀가했다.
특검은 이른바 ‘집사게이트’ 관련 투자사인 KB캐피탈 황수남 전 대표도 불러 조사했다. 집사게이트는 김 여사측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지분을 가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가 2023년 6월쯤 대기업·금융사들로부터 184억원 ‘특혜성 투자’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KB캐피탈이 이 대규모 투자 직후 3개월 만에 IMS에 20억원을 투자한 경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당시 KB캐피탈의 임원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계열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져 연관성도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또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 관련 피의자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특검팀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건진법사 등 청탁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모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서 “이씨는 통일교 관계자는 아니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