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조국 사면’ 고심하나, 여론찬반 팽팽…해도 안해도 부담
여당·종교계 등 8.15 특사 요구
국민의힘 “진영대결 불러올 것”
대통령실 “사면논의 검토 아직”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국민임명식’을 갖기로 한 가운데 8.15 특별사면에 조 국 전 혁신당 대표가 포함될지가 관심이다. 여권과 종교·시민사회계가 조 전 대표의 특별사면 요구가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진영대결을 불러올 것”이라며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민생분야 사면은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정치인 사면’에 대한 구체적 검토는 아직이라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 대통령의 첫 사면권 행사가 될 8.15 특사에 조 전 대표가 상징처럼 부각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조국혁신당에서 시작된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 요구에 종교계와 여당 인사들이 합류하면서 목소리가 커졌다. 4대 종단 관계자들이 이 대통령에게 조 전 대표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8일 브리핑에서 “각 종교 지도자들,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각계각층에서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요청하는 탄원서가 접수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9일 서울남부구치소를 방문해 조 전 대표를 면회했다. 사면요구와 무관하지 않은 행보로 읽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박지원·강득구 의원 등 여당 인사들도 가세했다.
윤석열정권에 의한 보복 수사의 피해자라는 프레임과 본인과 부인·자녀 등 가족까지 처벌대상이 된 것에 대한 동정론이 자리잡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장관인사청문회에서 “(언론 인터뷰에서) 죄와 형벌 사이에 비례·균형성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고 설명하고 “국민 통합의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대통령께서 결심하시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은 여권 핵심지지층의 여론과 관련돼 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19~21일. 2002명.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 3.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조 국 전 대표 사면에 대해 ‘찬성’ 47.1% ‘반대’ 48.9%로 팽팽한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의 79.8%가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광주·전라권에서 69.2%가 찬성에 공감했다. 윤재관 혁신당 대변인은 28일 “사면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국민들께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당의 공식 입장은 유구무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대표가 혁신당에 복귀하는 것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혁신당 후보들이 호남에서 ‘조 국 석방’을 외치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등 쟁점현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범여권으로 연대하고 있는 혁신당과 정치적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집권여당에 도움이 된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혁신당 관계자는 “시기상조론을 말하는데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더 부담스러워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조 전 대표의 사면 요구를 정치적 거래라며 비난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전 장관의 광복절특사를 위한 전방위적인 군불 떼기 작업에 들어간 것 같다”며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 통합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특별한 권한”이라며 “권력형 범죄자 조 전 장관 사면은 국민 간의 분열과 진영 대립을 야기할 것이 뻔하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이어 “조 전 장관 사면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조국혁신당의 정치적 청구서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정치인 사면에 대한 구체적 검토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의 첫 사면권 행사에 ‘조 국 사면’ 카드 포함 여부가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