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부와 종교계 ‘선 넘은 밀착’…뒤탈 조짐
윤 부부, 무속 낙인 지우려 종교계 친분 … 특검, 로비 통로 의심
신천지, 국힘 경선 개입설 제기 … 통일교, 김 여사 로비 의혹도
최근 정치권에 종교 이슈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기독교계 일부 목사가 특검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통일교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특검이 수사 중이다. 제1야당 전당대회에 신천지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종교가 왜 갑자기 정치 한복판에 등장했을까. 윤석열정권이 의도적으로 종교계에 밀착했던 후폭풍이라는 해석이다. 윤석열 부부와 종교계의 ‘선 넘은 밀착’이 뒤탈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복수의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대선을 전후해 종교계와 두터운 친분을 맺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독교 원로들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 대형교회 예배에도 참석했다. 김건희 여사는 한 술 더 떴다. 김 여사는 대선 직전 기독교계 원로 김장환 목사를 만나는 장면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김 목사를 만난 게 네 번째라고 밝혔다. 김 여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김 목사께서 인생의 지혜를 말씀해주셨다. 정기적으로 만나 뵙고 좋은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불교계도 살뜰히 챙겼다. 두 사람은 대선을 전후해 사찰을 자주 찾았다. 김 여사는 대선 직후 강남구 봉은사를 찾아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면담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측근을 대동한 채 불교계 유력인사와 비공식 만찬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종교계와의 친분을 중요시했던 건 왜 일까.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따라다녔던 무속 의혹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TV토론회 당시 손바닥에 적힌 ‘임금 왕(王)’자가 논란이 됐다. 무속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주변에 정체가 불분명한 법사들이 자주 출현한 것도 무속 의혹을 키웠다. 김 여사는 7시간 녹취록 발언으로 무속 연관성에 대한 의심을 자초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자신들을 뒤덮은 무속 낙인을 지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종교계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종교계의 권위를 빌려 무속 의심을 피하려했다는 얘기다.
채 상병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두터운 일부 목사들이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자신들의 무속 낙인을 지우려 목사들과 밀착했고, 목사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구명 로비를 펼쳤다는 게 특검의 의심이다.윤 전 대통령 부부는 종교계와 밀착했을 뿐 아니라 종교계를 정치활동 또는 사익추구에 이용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윤 전 대통령측이 신천지를 앞세워 2021년 치러진 대선 경선을 이겼다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28일 SNS를 통해 “신천지 교인들의 책임당원 가입은 그해(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신천지 교인들이 국민의힘에 조직적으로 입당해 윤 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친윤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민주당에서는 “소문으로 무성했던 윤석열과 신천지의 밀월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며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 여사는 통일교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건희 특검은 통일교가 금품로비를 통해 김 여사에게 이권 청탁을 했다고 의심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