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0%대로 굳어지나…IMF도 0.8%로 하향조정
OECD 전망치만 1.0%로 턱걸이 … KDI 등 주요기관 줄줄이 ‘0%대’
IMF “미국 상호관세 부과 안 하면 세계 경제 성장세로 돌아설 수도”
IMF(국제통화기금)마저 돌아섰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1.0%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1분기 예상 밖 역성장 충격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도 수출의존형 한국경제에 부정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 효과는 내년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써 주요 국내외 기관 대부분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게 됐다. 주요기관 가운데는 유일하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만 지난달 전망에서 1.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F는 다만 미국이 8월1일 이후 세계 각국에 인상된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IMF 7월 보고서 내용은 =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전날 저녁 ‘7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다. IMF는 연간 총 4차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4월과 10월에는 전체 회원국 대상 전망치를 발표하고, 1월과 7월에는 주요 30개국에 대한 수정 전망치를 공개한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2.0%에서 4월 1.0%로 낮춘 데 이어 이번엔 0.8%까지 하향했다. 한국을 제외하고 IMF가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나라는 △네덜란드(1.4%→1.2%) △러시아(1.5%→0.9%) 정도다.
IMF 전망치는 지난 23일 발표된 ADB(아시아개발은행) 전망치와 같다. 한국은행과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0.8%를 제시했다. 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달 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1.0% 성장할 것으로 봤다.
정부가 올해 초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정부는 다음달 중 발표할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하향조정 배경은 = IMF는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추가 하향하면서 ‘국내 정치와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등에 따라 예상보다 부진했던 상반기 실적’을 언급했다.
실제 국내 정치 불안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미국발(發) 통상 불확실성은 올해 한국 경제 성적표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통상 불확실성은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총수출 비중은 44.4%다. OECD 평균(30%)보다 크게 높다. 1%대 경제성장률을 어떻게든 방어하려는 새정부가 대미 관세협상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핵심배경이다.
IMF 역시 세계경제의 리스크가 하방 요인에 집중돼있다고 진단하면서 통상정책의 전개 양상이 리스크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간 1%대 성장이 가능하려면 산술적으로도 하반기 평균 0.8% 이상 성장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전망한 올해 3·4분기 성장률은 각각 0.7%, 0.6%다. 전망대로라면 1%대 성장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변수는 내수회복과 관세협상 = 그나마 최근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게 한국 경제에 위안거리다. 민간소비의 선행지표 중 하나인 소비심리는 4년 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개선됐다.
IMF도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완화적 정책기조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2분기 중반 이후 소비 및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은 “하반기부터 점진적 경기회복세가 시작돼 2026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에 따라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4%에서 1.8%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 전망 대비 0.2%p 상향한 3.0%를 제시했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 하향 △고관세 우려에 따른 조기선적 증가 △달러 약세 등 금융여건 변화 △주요국 재정 확대 등이 성장률 상향 조정의 배경이다.
다만 이번 전망은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더라도 실제 인상되지 않고, 현재 수준의 관세율이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작성됐다. IMF는 “관세 협상이 성과를 낼 경우,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며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이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결과는 이번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다.
◆ADB도 대폭 하향조정 =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2025년 7월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3개월 만에 무려 전망치를 절반 가까이 하향조정해 충격을 줬다. 지난 4월만 해도 ADB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다만 ADB는 6월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내수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관세 인상과 무역 불확실성으로 추가로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투자 감소와 수출 둔화, 부동산시장 약세 등도 부담 요인이라고 짚었다. 어두운 전망은 내년까지 영향을 끼쳤다. ADB는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4월 전망 대비 0.3%p 감소한 1.6%로 제시했다.
ADB에 앞서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을 1.0%로 내려잡았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보다 낮은 0.8%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 2% 벽 깨져 = 더 심각한 대목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으로 2%를 밑돌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이다. OECD는 지난달 최신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지난해 12월 예상한 2.0%보다 0.1%p 하락했다.
한국은행 등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25~2029년 평균 1.8% 수준으로, 이미 지난해 말에 2%를 밑도는 수치가 제시됐다. 그러나 OECD의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1%대로 내려간 경우는 2001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국가가 인력·자본 등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말한다. 1%대 잠재성장률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월등히 크고 성숙한 미국의 2%대 성장률을 고려할 때 상당히 빠른 성장 동력 둔화로 받아들여진다.
OECD가 추정한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2.1%), 캐나다(1.7%), 이탈리아(1.3%), 영국(1.2%), 프랑스(1.0%), 독일(0.5%), 일본(0.2%) 순이었다.
캐나다(1.5→1.7%), 이탈리아(1.0→1.3%), 영국(0.9→1.2%) 등 G7 국가들의 잠재성장률이 2021년 대비 상승했다는 점에서 조만간 한국이 이들 국가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 성장 잠재력이 허약해지는 가운데 실질 GDP 성장률이 수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GDP갭은 실질 GDP 성장률과 잠재 GDP 성장률 사이의 격차를 뜻한다. 만약 GDP갭이 마이너스면 해당 연도는 국가의 실제 생산(실질GDP)이 잠재GDP에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다. GDP갭이 음수인 경우는 경기 냉각·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가 본래 보유한 잠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OECD 추산 결과, 한국의 GDP갭은 지난 2023년부터 내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