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덮인 북극은 가장 뜨거운 곳”
한화오션 차세대 ‘쇄빙연구선’ 수주 … 신항로개척·자원개발 경쟁 참여
한화오션이 북극을 둘러싼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진행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계약 체결식’에서 “눈과 얼음으로 덮인 북극이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되고 있다”며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은 단순한 극지연구 차원을 넘어 중장기적 국익이 걸린 중대 현안”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극이 지구평균보다 온도상승 속도가 빠른 기후변화 최전선일 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패권경쟁으로 치열한 곳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인식 속에 한화오션은 건조비용 문제로 지연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에 적극 뛰어들어 사업을 수주했다.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김호중 상무는 “신항로 개척에서 자원개발에 이르기까지 극지가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선점하기 위한 수단이 쇄빙선”이라며 “한화오션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발 빠르게 쇄빙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주자인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쇄빙연구선 건조 예산은 조선소에서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은 수준이다. 정부가 발주한 1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건조한 HJ중공업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수주전에서 경쟁했던 삼성중공업보다 건조비용을 낮게 써내며 입찰에 적극 참여했다.
2015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청하며 시작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은 예타대상에서 거푸 탈락하다 세 번째 도전 끝에 2021년 예타를 통과했다. 하지만 낮게 책정된 건조단가로 조선소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2023년, 2024년 두 차례 유찰됐다. 이 과정에서 차세대 쇄빙연구선 취항 시기도 2027년에서 2030년으로 연기되면서 일본에 뒤쳐졌다.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북극항로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비는 당초 2605억원에서 571억원 늘어난 3176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와 관련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차세대 연구쇄빙선 건조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며 “한화오션이 이번 사업을 통해 쇄빙연구선 건조 경험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업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총톤수 1만6560톤으로 7507톤인 아라온호보다 2배 큰 규모다. 쇄빙능력도 시속 3노트 속도로 1.5m 두께 얼음을 깰 수 있어 아라온호보다 50% 향상된다.
연료도 액화천연가스(LNG)와 저유황유(MGO) 이중연료시스템을 적용해 중유를 사용할 수 없는 북극항해 조건을 맞췄다.
해수부는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투입되는 2030년 이후에는 아라온호 단독으로 남·북극 연구를 수행하던 한계를 벗어나 남·북극 극지연구 역량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극권 연구가능 기간도 현재 40여일에서 3~4배 늘이고, 연구 반경도 현재 북위 80도에서 북극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