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공급과잉이 부른 온실가스 감축 ‘악순환’
예정처, 가격폭락→기업투자기피→NDC달성 장애
산업 탄소누출업종 기준 개선 … 시장 충격 최소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배출권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해 기업의 탄소 감축 투자 유인 여력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출권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4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2026~2030년)’에서 시장에 과도하게 공급된 잉여배출권 양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산업부문의 탄소누출 업종(탄소 배출량이 많고 수출의존도가 높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평가’ 보고서에서는 “과잉공급된 잉여배출권을 흡수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을 안정화하고 국제적인 탄소 무역장벽에 대비해 유상할당 기준 현실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일정량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간 배출권을 할당한다. 기업은 할당량 안에서 배출활동을 하면서 여유분을 시장에 팔 수 있다. 할당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배출권을 사야 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정부에 배출권을 제출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제도 도입 초기에 산업계 부담 등을 고려해 공짜로 배출권을 할당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 유상할당을 할당 대상 배출권의 10%로 확대했다. 하지만 철강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제외해 실질적인 유상할당 비율은 4% 수준이다. 산업부문의 경우 거의 무상할당에 가깝다.
최근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전환부문(발전 등)은 2024년 877만톤을 순매수한 반면, 산업부문은 897만톤을 순매도하며 부문별 명확한 거래 유형을 보였다. 산업부문의 대량 순매도는 경기 둔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정부의 높은 무상 할당률 적용으로 잉여 배출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잉여 배출권의 시장 유입은 배출권 가격 하락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도 배출권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방안으로 배출허용총량을 보다 엄격하게 설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과잉할당과 더불어 배출권 할당 대부분이 무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이월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며 “이러한 누적 이월량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장애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서는 그동안 누적 발생된 이월량과 상쇄배출권을 고려해 할당 총량이 설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부사업 사업자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인증위원회에서 심의해 부문별 관장기관의 장이 확정한 인증실적(KOC)에 대해 상쇄배출권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할당대상업체는 상쇄배출권을 활용하여 배출권 제출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어하는 가장 큰 수단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다. 배출권거래제로 관리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7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낮은 유상할당 △배출권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 △탈탄소 고효율 기술 개발 유인 한계 △기후대응기금 재원 확보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보고서에서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우리는 무상할당 대상인 탄소누출업종의 기준(탄소누출지수)이 0.002로 지나치게 낮아 대부분 업체가 탄소누출업종으로 보호되고 있다”며 “정부는 탄소누출업종 유상할당 전환을 검토하기 이전에 현재 유무상 할당 기준(탄소누출지수 등)을 국제적 수준에 맞게 단계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유상할당 전환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