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15% 함정’ 일본에 밀리면 수출 위기
대미국 수출구조, 한·일 양국 거의 비슷 … 자동차 경쟁이 가장 치열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이후 우리나라는 벼랑 끝에서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EU가 각각 상호관세 15% 부과 선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은 ‘15% 함정’에 빠졌다. 우리나라도 관세를 15% 선에서 타결하면 선방한 것이고, 15% 이상 부과 받으면 큰 타격이 우려된다. 8월 1일부터 상호관세가 실제 발효될 경우 미국 수입시장 내에서 가격구도가 바뀌기 때문에 ‘15% 함정’ 극복여부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일본 독일 멕시코 순으로 수출경합 치열 =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0.52)이다. 이어 독일(0.41) 멕시코(0.36) 캐나다(0.29) 대만(0.28) 중국(0.23) 베트남(0.20) 인도(0.19) 순이다. 최근 10년간 미국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하락하면서 멕시코와 인도가 우리나라의 강력한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수출경합도는 수치가 클수록 수출하는 품목 & 해당 품목의 대미 수출비중이 비슷한 것을 의미한다. 양국의 수출이 100% 일치하면 1.0이다.
우리나라는 대미국 자동차 수출비중이 큰 국가들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미국 1위 수출품목일뿐 아니라 일본 독일 멕시코도 각각 대미 최대 수출품목이다. 2024년 기준 국가별로 대미 총수출에서 자동차 수출 비중은 일본 35.3%, 한국 33.2%, 멕시코 27.0%, 독일 21.1% 등이다. 미국에서 자동차·부품시장 점유율은 멕시코가 35.4%로 1위다. 캐나다(13.1%) 일본(13.0%) 한국(11.5%) 독일(8.9%)이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일, 자동차 수출경합률 48.8% =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합은 자동차품목에 집중돼 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양국 수출경합 기여율은 절반(48.8%)에 육박하며 기계류(15.7%) 전기·전자제품(9.6%)을 포함한 3대 품목의 기여율이 74%에 이른다.
무역협회는 “한국과 일본 모두 대미 수출 중 자동차 및 부품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주력 품목도 기계류, 전기·전자제품 등으로 동일해 미국시장에서 매우 유사한 수출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10대 경합품목 중 일본이 점유율 우위를 보이는 것은 △자동차 및 부품 △기계류 △화학공업제품 △의료·정밀·광학기기 △바이오·의약품이다. 대체로 수출비중이 높은 품목이다. 2016년과 비교해 한국의 점유율 차이가 기계류(-6.9%p→-2.3%p) 전기·전자제품(-4.5%p→0.1%p), 화학공업제품(-3.8%p→-1.2%p)로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한국의 점유율이 높은 품목은 △전기·전자제품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 △철강 △반도체 △가전 등이다. 품목별 수출경합기여율이란 해당품목의 수출비중 증감을 말한다. 예컨대 대미 수출에 있어 A국과 B국의 스마트폰 수출경합기여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대미 수출에서 스마트폰 수출비중이 A국과 B국 모두 높아졌다는 의미다.
◆중국과의 수출경합도는 완화돼 = 한국은 미국 수입시장에서 독일과도 자동차와 기계류 품목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2024년 품목별 수출경합 기여율의 경우 자동차 및 부품이 40.1%로 가장 높고, 기계류(20.4%) 전기·전자제품(8.1%) 순으로 나타나 경합이 3개 품목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는 “한국과 독일은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과 기계류에 대한 의존도가 각각 51.5%, 42.3%로 높아 수출구조 유사성을 보여주는 경합도 지수도 높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대미 총 수출에서 자동차·부품과 기계류 수출 비중은 21.5%, 20.8%이고, 한국은 33.8%, 17.7%로 이들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크다. 또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11.5%로 독일 8.9%보다 2.6%p 앞선다. 기계류 점유률은 독일이 6.8%로, 한국 4.7%보다 2.1%p 높다.
중국과는 기계류의 수출경합 기여율이 가장 높고(26.5%), 전기·전자제품(18.8%)과 자동차 및 부품(9.9%)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세품목의 기여율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중국과의 수출경합도는 2016년 0.33에서 2024년 0.23으로 완화됐다.
무역협회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와 미국 수입시장내 경쟁심화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며 “현지화 및 원산지 대응, 생산비용 절감, 수출구조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출구조 개편은 미국에서 생산이 어려워 대체 불가능하거나 수요가 비탄력적인 품목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