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국무회의 80분 생중계 … 성과도, 실수도 투명하게

2025-07-30 13:00:03 게재

“적극적 소통 의지 보인 것” 호응 속 부작용 우려도

이 대통령, 관행적 비공개 일정도 공개 전환 선호

‘뜬금포’ 발언 최동석 인사처장 발언 제지하기도

“비공개로 할 필요 있나요? 자유롭게 취재하세요.”(6월 12일 수해 대비 현장점검) “비공개로 돼 있던데 (중략) 국내 산업·경제 문제나 이런 건 우리 국민들도 보는 안에서 얘기를 나누시면 좋을 것 같아요.”(6월 13일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

역대 정부 최초로 국무회의 일부를 생중계한 이재명 대통령의 29일 조치에 대해 대통령실에선 “적극적 소통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생중계 공지 자체는 29일 국무회의 시작 전 급박하게 내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다지 놀란 눈치는 아니다. 기존에 관행적으로 비공개 진행되던 각종 행사를 이 대통령의 즉석 지시로 ‘공개’ 행사로 바꾼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12일 수해 대비를 위해 서울 동작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았을 때에도 애초 예정은 대통령 모두발언만 공개하고 모두 비공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1시간 20분 가량의 전체 내용이 공개됐다.

바로 다음 날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안정되어 가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우리 국민들이 보고 우리 경제단체장님들, 또 주요 그룹의 책임자분들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시면 국민들이 마음이 더 편해지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경제인들의 공개 발언을 독려했다.

지난 14일 충북 진천에서 열린 5급 신임관리자 특강 내용도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모두 공개로 전환됐다. 그 덕에 국민들은 대통령 특강과 함께 5급 예비 서기관들의 질의응답 내용을 보며 이재명정부가 지향하는 공직자상에 대해 공유할 수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브리핑도 전체 공개한다든지, 국무회의 공개같은 것은 투명성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 없으면 사실 엄두를 내지 못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미처 편집되지 않은 채 공개될 가능성,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 참모들, 국무위원들의 실력과 준비 정도가 바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기능이 크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국무회의가 생중계된 80분에는 이 대통령의 질문, 국무위원들의 답변, 대답이 잘 안 나올 때의 정적까지 가감없이 담겼다.

이 대통령이 산업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안한 데 대한 제재조항이 없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에는 아무도 답을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대통령은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이게 문제, 저도 문제”라고 국무위원들을 각성시키고 스스로도 반성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칭찬하는 모습도 있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중대재해 예방과 대출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재미있다”고 화답했다.

회의내용과 동떨어지는 의견을 말하는 참석자에겐 눈치를 주기도 했다. 연일 과거 막말로 인해 논란을 빚고 있는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이날 산재예방책으로 교육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을 다루는 자리에서 다소 ‘뜬구름’ 잡기식 대안을 내놓자 이 대통령은 “요지를 말해보라”고 말을 끊었다.

국무회의 생중계는 단순 이벤트가 아닌 소통방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30일 SNS에 글을 올려 “어제부터 국무회의를 공개로 전환하고 생방송으로 시청하실 수 있도록 했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넓히고, 국정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함이다. 국가안보 등 불가피한 비공개 사항을 제외하고는 모든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도 전날 “생중계는 일단 일회성 조치지만 앞으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공개 횟수와 범위를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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