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국회 윤리특위 ‘짬짬이’
“팔은 안으로 굽어” 비판
자정능력·실효성 논란 지속
“자문위 징계 의견 수용해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윤리특위 위원 자리를 양분하고 소수정당 몫을 원천 봉쇄하면서 출범도 하기 전부터 ‘무용지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정능력 부재에 대한 외부 비판이 거세지자 일단 만들어놓고 거대양당의 입맛에 맞게 운용,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게 아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구성도 문제지만 외부 의견기관인 윤리심사자문위의 징계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던 과거 사례를 반복하게 된다면 윤리특위 무력화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윤리특위를 외부 인사까지 포함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구로 재구성해 힘을 실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들이 나온다.
30일 국회 핵심관계자는 “윤리특위는 구성도 문제지만 운영이 더 큰 문제”라며 “국회의원들이 제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데다 팔이 안으로 굽는 모습을 보여와 윤리특위가 무력화되고 자정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 거대양당은 내년 5월 29일까지 운영하는 윤리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6명씩의 위원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윤리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맡기로 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22대 들어오면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뤄왔고 그 과정에서 합의적 의사결정보다는 다수의 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22대국회 초반에) 소수여당의 입장에서 윤리위가 구성된다면 긴박한 상황에서 의원들의 징계와 같은 중차대한 사안에서마저 다수의 의결로만 이뤄지고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는 과정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며 “계속 공전이 되면 윤리특위가 구성되지 않고 22대 전반기를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거대 양당)동수로 합의했다”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민주당은) 여야 동수 구성을 주장했는데 국민의힘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와 원내지도부에서 윤리특위 구성이 시급하니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1당과 2당 동수로 구성했다”며 “여야 동수로 하려면 (국민의힘 반대로) 22대 국회 끝날 때까지도 아마 윤리특위 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 국회의장도 강하게 요구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다수결로 의원 징계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를 거부하며 버텼고 일단 윤리특위를 구성하기 위해 여당이 한발 물러섰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의 신장식 의원은 “민주당도 국민의힘 45인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냈는데 특위 구성 절반을 국민의힘이 한다는 건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는 격”이라고 했고 역시 비교섭단체인 진보당의 윤종오 의원은 “(윤리특위가) 자당 의원 지키기로 변질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윤리특위 운영은 더 큰 문제다. 지금껏 국회 윤리특위는 스스로 동료 의원을 징계한다는 점에서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실련은 제13대 국회 이후 본회의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1건 밖에 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2010년부터(제18대 국회 시기) 국회 윤리심사자문위가 징계 의견을 제출한 59건 중 28건(59건의 47.5%)에 대하여 ‘징계’를 권고했지만 이 중 2건(18대 국회 강용석 의원, 19대 국회 심학봉 의원)만 윤리특위를 통과했다고 했다.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윤리특위를 가동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건이라도 제대로 심사해서 징계할 것은 징계를 해야 한다”며 “독립적인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여야가 수용할 것을 합의해 운영해야 제대로 징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 윤리특위를 선진국들과 같이 독립적인 기구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의원들이 스스로 의원들을 징계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