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성장 폭발,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2025-07-30 13:00:02 게재

‘인공 일반 지능’ 이 가져올 경제 대변혁

임금 양극화부터 고금리·재정 위기까지

전 세계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을 주목하는 가운데, 만약 ‘인공 일반 지능’이 실현되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30%에 달한다면 세계 경제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인공 일반 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사람처럼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학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을 뜻한다. 기존 AI가 특정 업무에만 특화되어 있는 데 비해, 인공 일반 지능은 인간의 사고 능력 전반을 모방해 경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의 폭발적 가속화가 초래할 충격은 노동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정부 재정, 소비자 물가까지 경제 전반에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AGI가 경제 전반의 자동화를 실현할 경우, 노동이 불필요한 산업구조가 형성된다. 이때 임금 수준은 인공 일반 지능 운용 비용에 의해 제한받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발전으로 이 상한선이 계속 낮아지면서, 사람들은 자본소득에만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모든 산업이 동일하게 자동화되지는 않는다. 유아 돌봄, 식당 서비스, 피트니스 코칭처럼 로봇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 경우 생산성 향상이 제한적인 산업에서도 전반적인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인건비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AGI로 고소득을 얻은 계층의 소비 증가가 노동집약적 서비스업으로 자금을 유입시키면서 해당 분야 임금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AI 도입으로 전반적인 소득이 증가하면, 사람들의 소비 성향 역시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학자 프랭크 램지는 “성장률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현재 소비를 늘리려 하므로, 저축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실질 금리도 상승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공 일반 지능으로 인한 성장 폭발을 가정하면, 현재 AI 산업에 투입되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에 대한 자본 수요가 폭증할 것임을 의미한다.

경제 성장 자체는 세수 증가를 통해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 환경이 문제다.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 상황에서는 부유한 채권 보유자에 대한 이자 지출이 늘어나고, 동시에 실업 증가로 인한 사회보장 수요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 일반 지능으로 인해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경우,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재분배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금융시장은 인공 일반 지능으로 인한 성장 폭발 가능성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가와 채권 금리 수준을 보면, 시장은 고성장 시나리오에 낮은 확률을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AI 신모델이 공개될 때마다 오히려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핵심 쟁점은 ‘성장’이 아닌 ‘분배’가 될 것이다. 기술이 폭발적인 소득 증가를 가져오더라도, 그 부가 어떻게 배분되느냐에 따라 사회의 안정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공 일반 지능 시대가 도래한다면 대규모 실업은 피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소득 재분배 문제가 21세기 경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