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TSMC에 H20 칩 30만개 추가 주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매출증가로 수혜 기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대만 TSMC에 자사 인공지능(AI)용 GPU ‘H20’ 칩셋 30만개를 신규 발주한 것으로 29일(현지시간)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20에 탑재되는 HBM3E 8단 메모리를 공급 중이며, 수출 재개에 맞춰 생산량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H20 물량이 추가되면서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HBM3 칩에 대한 수요도 다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내 수요 급증 때문에 재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엔비디아가 생산 재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달 초, 지난 4월부터 시행했던 H20 대중국 판매금지를 해제하고 수출을 조건부 허용했다. 미국 정부는 당시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AI 칩의 대중 수출을 막았으나, 최근 중국과의 희토류 자원 협상을 조건으로 H20 판매를 재개한 것이다.
H20 칩은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별도로 설계한 제품이다. 고성능 제품인 H100이나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시리즈보다 연산능력은 낮지만, 미국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성능을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TSMC에 발주된 30만개는 기존 재고분 60만~70만 개에 더해지는 물량이다. 미국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4년 한 해 동안 H20 칩 약 100만 개를 중국에 판매한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달 초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H20 발주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생산을 재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황 CEO의 방중 직후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현재 H20 재고가 제한적이며, 웨이퍼 생산을 당분간 재개할 계획이 없다고 고객사들에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상무부의 별도 수출 라이선스 승인이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지난 7월 중순 “미 당국으로부터 조만간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신규 주문 여부나 라이선스 신청 상태에 대해 엔비디아는 “논평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