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의 기술’ 관세협상에서도 통했다

2025-07-30 13:00:02 게재

미국 우선 ‘신 마가(MAGA) 제국주의’로 통상국들 압박 … “조공 강요” 비판도

그에게 거래는 놀이다. 그에게 거래는 하나의 예술이다. 그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라고 고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의 책에서 11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거래의 기술’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거래나 협상에 나선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주옥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여다 보자.

#지렛대를 사용하라: 남이 갖고 있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야 이긴다. 그렇지 않고는 당신이 남보다 다소 유능하더라도 부족하다. 겨우 남과 비등해서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나를 이용하거나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치열하게 대항한다. 내 경험으로 보아 신념을 위해 싸우면 때로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기는 해도 대개는 최선의 결과를 낳게 된다.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내게 돈은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이다.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재미에 폭 빠져 있는 듯하다. 연일 흥미진진한 게임이라도 하는 듯 주요 통상국들을 상대로 일대일 관세협상을 벌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존의 글로벌 통상질서는 무시한 채 ‘아메리카 퍼스트’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의 기치를 내건 채 주요 통상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2025년 7월 27일,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미·EU 무역 합의 발표 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앉아 있다. 출처 REUTERS

동맹국으로부터 조공 받으려는 미국

급기야 ‘신 마가(MAGA) 제국주의’라는 비난마저 등장했다. 미국 오리곤 대학의 존 벨라미 포스터 교수는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6월호에 ‘트럼프 독트린과 신 MAGA 제국주의’라는 칼럼을 실었다. 포스터 교수는 “트럼프행정부가 보여주는 새로운 제국주의 전략은 초국가주의적이고 배타적인 ‘미국 우선 절대권(America First Imperium)’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스터 교수는 ‘신MAGA제국주의’가 미국의 글로벌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그 몰락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외교 정책들이 대외적으로는 “미국 달러패권의 기반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적으로는 “세계적 이해관계를 지닌 독점-금융자본과 민족주의에 기반한 배타적 MAGA 세력 사이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조공을 강요하는 행태라고 직격했다.

“트럼프정권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관세는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지정학적 지경학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권력행사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전략 아래에서 워싱턴은 동맹국들로부터 일종의 조공(tribute)을 받아내려한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포스터 교수 말대로 조공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통상국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의 관세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일본은 대미 투자 5500억달러(약759조원)를 조건으로 대미수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EU)은 향후 3년간 총 7500억달러(약1.35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대가로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15%로 낮출 수 있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미국 제품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대신 대미 수출품 관세율을 베트남은 20%,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19%로 각각 합의했다. 영국은 에탄올·소고기·농산물·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하고 100억 달러(약13조7800억원) 규모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영국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로 낮추고,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는 폐지키로 했다.

중국은 ‘만만디’, 일본은 ‘줄타기 전략’

역시 중국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45% 관세를 때리자 중국은125% 보복관세로 맞섰다. 결국 양국은 지난 5월 제네바에서 서로에 대한 관세를 90일 동안 115%p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어 6월 런던에서 중국은 희토류, 미국은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일부 풀었다. 양국간 ‘관세휴전’도 다시 90일간 추가로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이 관세협상에서도 통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기술에는 어떤 기술로 대응해야 할까? 중국은 특유의 ‘만만디 전략’을 구사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의 전략? 트럼프 하는 대로 냅둬’라는 기사를 실었다. WP는 “트럼프가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해체하고 동맹국들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과정을 중국은 조용히 지켜보며 만족해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the International Crisis Group )의 미중관계 전문가 알리 와인(Ali Wyne)은 중국이 트럼프의 위협에 대응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주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 다른 나라 및 지역과의 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외교채널과 대중선전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가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특징임을 알린다. 셋째, 중국의 정치적 세계관에 맞는 21세기 국제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더 많은 모멘텀과 추진력을 모색한다.”

일본은 ‘줄타기 전략’을 구사한다. AP통신은 지난 5월 ‘트럼프 관세에 놀란 일본,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라는 기사를 실었다. AP통신은 일본 통상 교섭 대표가 관세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바로 그 시점에 ‘일중 우호’라는 이름의 초당적 대표단이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그보다 일주일 전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 산하 그린버그 지경학센터(GCGS)의 매슈 굿맨 소장은 “일본이 자국 안보 및 외교의 핵심 축인 미일동맹을 포기하는 일은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관세와 불확실성은 도쿄의 입지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선택은 ‘전략적 인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무릎 꿇은 EU’라는 기사를 실었다. FT는 “독일 출신의 EU 고위 관료인 사빈 바얀트(Sabine Weyand)는 매주 한 차례 이상 회의를 열어 협상상황을 논의하던 EU 대사들에게 전략적 인내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5월 영국이 대미수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0%로 낮추는 것을 지켜보면서 EU 회원국들은 보복 대신 협상으로 돌아섰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EPC)의 조르그 리켈레스(Georg Riekeles) 부국장은 EU측의 대응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나고 나서 보면, EU는 4월에 훨씬 강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자 중국이 즉각 보복했고, 그 결과 시장과 트럼프 모두 충격을 받았다. EU도 그 타이밍에 맞춰 ‘원투 펀치’로 대응해야 했다.”

트럼프의 환상 자극할 협상전략을

우리나라의 대미 관세협상은 막판 초읽기에 몰려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이 전방위로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가 31일 미국의 베센트 재무장관과 협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나서고 있을까? 손자병법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가르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속속 보여준다. 우리나라 협상 대표팀을 위해 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속 한 구절을 더 소개한다.

“일을 성공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다. 나는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나 남들이 그렇다고 부추겨주면 괜히 우쭐하기 마련이다. 약간의 과장은 아무런 손해도 가져오지 않는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상을 자극시켜라. 그를 위대하다고 부추겨 우쭐하게 만들어라. 약간이 아니라 지나친 과장인들 무슨 손해가 나겠는가.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을 차용해 이번 대미 관세협상을 승리로 이끌기를 바란다.

박상주 칼럼니스트 지구촌 순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