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옛 동지가 더 매섭다?
장동혁, 한동훈 향해 “혁신 대상” … 친한 “연민 느껴”
배현진 “폭로에 열 올리는 노회한 영혼” 홍준표 겨냥
안철수, 김문수에 “거취 결정”… 대선 때는 적극 도와
국민의힘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니 더 매섭다”는 한탄이 나온다. 한때는 같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등돌린 옛 동지에 대한 섭섭함과 분노가 묻어난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장동혁 의원과 친한계(한동훈) 사이에 냉기류가 부쩍 흐르고 있다. 장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대표 시절 사무총장과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춘 최측근이었다. 한 전 대표는 장 의원을 “저의 소울메이트” “저의 힘”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둘은 지난해 말 윤석열 탄핵 과정에서 이견으로 헤어졌다. 장 의원은 친윤(윤석열)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을 낳았다.
장 의원은 지난 27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인적 쇄신 대상에 포함되냐는 질문에 “총구를 민주당이나 이재명정부가 아닌 내부로 돌리면서 국민의힘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분들이 있다면 ‘계속 함께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제대로 싸우지 않고 늘 싸움의 현장에서는 피해 있다가 어떤 일이 있으면 마이크 앞에만 나가서 자꾸 입으로만 이야기하는 분들, 제대로 싸우지 않는 분들 저는 그런 분들이 혁신의 대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를 ‘내부총질’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친한계는 발끈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한때의 개혁 동지였던 장 의원에게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 괴롭다”고 올렸다. 박상수 전 대변인은 “오직 출세만 바라는 그의 삶에 연민을 느낀다”고 적었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관계도 주목된다. 배 의원은 한때 ‘홍준표 키즈’로 불릴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멀어졌다. 홍 전 시장이 최근 신천지 대선 경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배 의원은 28일 SNS를 통해 “전당대회를 앞둔 요즘 사회적 물의를 빚으며 각종 방식으로 정치 세력화를 꿈꾸는 기독 사이비 단체 얘기로 당이 어수선하다”며 “내 차례가 올까 하는 흑심에 알면서도 몇 년간 ‘입꾹닫’(입을 꾹 다물다는 의미) 해놓고 이제 와 폭로 비방에 열을 올리는 노회한 영혼의 비굴한 소리를 국민은 혀를 차며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회한 영혼’은 홍 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전 시장은 배 의원 글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당대회에 함께 출마한 안철수 의원과 김문수 전 노동부장관 관계도 화제다. 안 의원은 6.3 대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김문수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 도왔다. 다른 경선주자들이 선거운동에 소극적이었지만 안 의원은 달랐다. 당내에서 “의리의 사나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안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김 전 장관과 맞붙자 김 전 장관을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다. 안 의원은 28일 “단일화 번복으로 당내 극심한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이재명에게 대통령직을 헌납한 김문수 후보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시기 바란다”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 전 장관은 “제 거취는 우리 당원들께서 결정하실 것”이라며 안 의원의 요구를 피해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