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펀드 깜깜이 운용…국회 감시 사각지대

2025-07-30 13:00:02 게재

이재명정부, 정부·국민 참여 150조 정책펀드 예정

28개 펀드, 국회 보고 의무 없어 … “통제 어려워”

첨단기술혁신펀드 등도 예결산 심사 대상서 빠져

국회 예산정책처 “국회 감시 절차 방안 검토 필요”

이재명정부가 정부와 국민이 같이 투자해 수익을 배분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의 정책펀드가 입법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국정기획위,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토론회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에서 열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 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금이 정책펀드나 기금이라는 명칭으로 공공기관 등에 출연, 출자, 부담금의 형태로 이전되면 그 이후엔 국회 차원에서의 심사가 쉽지 않다”며 “직접지원형 정책펀드의 경우 각 부처 모태펀드에서 대부분 다음연도 회수재원 추계와 회수재원 재투자 현황 등을 국회에 보고하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추가 자펀드 형성 시에 국회 통제가 어려워지는 등 문제점이 있으므로 모자펀드(모펀드-자펀드 구조) 유형의 정책펀드에 대해서는 국회의 점검을 위한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정부의 대규모 국민성장펀드도 정부(산업은행 첨단전략산업기금 설립), 금융사, 연기금, 일반 국민 등 민간 자금과 함께 만들고 정부와 국책은행 자금으로 구성된 모 펀드가 국민들의 투자금이 들어가는 자펀드에 10% 이상 후순위로 출자해 자펀드의 손실을 우선 분담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이 경우 국민 세금이 들어갔지만 예산이나 결산 심사때 이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심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각 부처의 올해 정책펀드 사업을 모아보니 모두 28개로 투입된 예산만 1조2410억원이었다. 2023년 7768억원, 지난해 1조1657억원에서 증가세다.

국회 예산정책처 김민석 예산분석관은 “정책펀드의 경우 대부분 다음 연도 회수재원의 추계 와 회수재원 재투자 현황 등에 관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책펀드는 대체로 장기간 운용되므로 국고회수가 쉽지 않고, 회수 자금 운용 및 추가 자펀드 형성 시에 국회통제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특히 단일펀드가 아니라 모펀드-자펀드 구조로 운용되는 정책펀드의 경우 모펀드 존속기간이 끝날 때까지 국고 회수가 이뤄지기 어렵고, 추가 자펀드 운용 시 국회 통제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국회 심사의 측면에서는 더 이상 세입·세출에 계상되지 않기 때문에 최초 자금이 출자될 시점 이후에는 자금의 적정한 운용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고 했다. 물론 행정부 차원에서는 예결산 보고를 받고 예규나 내부규정을 근거로 평가위원회나 운영위원회 등의 점검이나 감시가 가능하지만 입법부의 감시에선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정부 자금을 예치한 금융기관이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펀드에 출자하는 간접지원형 정책펀드 역시 국회 예·결산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정부 R&D자금을 유치한 금융사들이 재원을 투입한 기술혁신펀드 규모가 1조4754억원에 달한다. 최근엔 과학기술혁신펀드(1163억원, 올 4월 현재)도 만들어졌다. 모두 ‘모-자 펀드’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직·간접지원형 융자·보증, 지원 자금의 경우도 국회 관리 대상에서 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 1960년 광물자원 탐사 및 개발 장려를 위한 한·미 정부간 사업협정에 따라 미국정부 잉여물자와 한국정부 예산으로 조성된 갱도굴진사업자금(자산 149억6400만원, 융자 63억9500만원)은 사업계획 수립과 실적 관리, 감독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만 이뤄지고 국가결산상 자산에는 제외돼 있다.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채무감면이나 채무조정지원, 재기지원을 위한 소액대출 등만 실시하는 국민행복기금은 주무부처뿐만 아니라 국회에 정례적으로 사업내역을 보고하거나 제출하는 절차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금의 지분 68.28%는 기타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재정인 복권기금으로 만든 녹색자금 역시 국회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있다. 택시운수종사자복지기금도 국회 보고하거나 관련 자료를 국회 제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산림청이나 국토부의 관리는 이뤄지고 있지만 국회 심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회 보고 의무가 규정돼 있는 정책펀드도 적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위원회의 혁신성장펀드, 뉴딜펀드, 소부장펀드 등 산업은행에서 운용하는 정책펀드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모펀드 회수재원 활용계획과 회수재원 집행 실적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공탁금을 시중은행에 예치하고 시중은행은 매년 공탁금 운용수익금의 일부를 출연해 운영하는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은 법정기금으로 매년 국회에 기금운용계획안을 제출해 심의를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에 저금리의 장기 차관을 제공하기 위한 원조자금인 경협증진자금(EDPF, Economic Development Promotion Facility)도 국회 보고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김 분석관은 “정부의 출자 등으로 시드머니가 형성됐으나 이후 펀드 운용 등은 정부 밖에서 이뤄지는 ‘재정 외 정책자금’의 경우 국회의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 외에서 자금이 형성되어 운용되고 있으므로 각 정책자금의 특성과 조성형태를 고려하여 자금 운용방식의 타당성 또는 실태를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