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이어 박진희·이시원 조사

2025-07-30 13:00:05 게재

해병특검, ‘VIP격노’ 윤 전 대통령 수사 앞둬

‘채상병 수사 기록 회수’도 본격 수사 착수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해병특검)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사건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데 이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핵심 참모인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을 30일 재조사한다. 31일에는 ‘수사기록 회수 결정’에 깊게 관여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도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모든 의혹의 출발점이자 이른바 ‘VIP 격노설’의 본류인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병특검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박진희 전 보좌관(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7월 30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이종섭 전 장관에게 보고했던 현장에 동석한 인물이다. 박 전 보좌관은 채상병 사건 당시인 2023년 7~8월 이 전 장관, 김 전 사령관 등 핵심 관계자들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은 인물로, 수사 외압에 직접 가담한 혐의도 받는다.

박 전 보좌관은 김 전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주십시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특검팀은 최근 박 전 보좌관이 사건을 재검토하던 국방부 조사본부에도 같은 내용의 지침을 전달하라고 압박한 녹취록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박 전 보좌관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당시 지시 사항과 언급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해병특검은 전날 조태용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적시한 해병대수사단의 순직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자리에 동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후 격노하면서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조사의 관건은 VIP 격노설에 대한 조 전 원장의 입장 선회 여부였다. 조 전 원장은 지난 2년간 윤 전 대통령의 격노 관련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다. 다만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비롯한 지난 정부 안보라인 대부분이 특검 조사에서 격노설을 인정하는 진술을 내놓은 만큼, 조 전 원장의 입장도 뒤집힐지 주목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과 반응, 보고 받은 윤 전 대통령이 누구에게 무엇을 지시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조서 열람을 포함해 17시간가량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이날 오전 2시 30분쯤 귀가한 조 전 원장은 ‘어떤 내용 위주로 소명했는지’ ‘7월 31일 회의 당시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진술했는지’ 등 질문에 “성실하게 조사받았다”고 답했다.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 격노 이후에 채 해병 사건 이첩 보류 관련 지시도 있었는지’ 질문에는 “조사할 때 아는 대로 다 진술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분노 이후 이뤄진 해병대수사단 초동수사 기록의 이첩보류 및 회수 과정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혐의자로 포함한 초동수사 결과에 윤 전 대통령이 분노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이 전 장관이 돌연 경찰 이첩 보류 등을 지시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특검팀은 이시원 전 비서관이 수사 기록 회수 당일 경찰과 국방부의 여러 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한 정황을 확인하고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임성근 전 사단장은 29일 의견서 제출을 위해 특검 사무실을 찾아 “다른 사건수사에 앞서 먼저 저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밝히고, 저부터 기소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른바 구명로비 의혹으로 자신과 아내는 물론 이들 부부와 접촉한 인물들에 대한 특검의 수사 압박이 거세지자 항의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임 전 사단장은 “저를 구명하기 위해 로비했다거나 혐의자에서 부당하게 뺐는지 여부는 일단 제가 잘못이 있다는 것이 인정된 후에 따지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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